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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파국!

아메리칸 뷰티

by 달빛바람

개요 드라마 미국 122분

개봉 2000년 2월 26일

감독 샘 멘데스 Sam Mendes


1. Opening 오프닝


여고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민소매 슬립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머리를 괸 채 카메라를 올려다본다. 아무렇지 않은 듯 중얼거리지만 그 말끝에는 십 대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냉기가 스며 있다. 제인 번햄은 아버지를 싫어한다. 단순한 반항이나 심술이 아니라 차라리 사라져 버렸으면 할 만큼 깊고 어두운 혐오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 순간의 제인은 아직 모른다. 가벼운 농담처럼 흘린 이 투정이 뒤이어 불어닥칠 거대한 파국의 서막이라는 걸.

"본받을 만한 아빠를 원해. 학교 친구를 데려올 때마다... 한심해 죽겠어. 누가 그 비참한 인생을 끝내주면 좋겠어."

카메라 뒤,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낮게 들린다.

"내가 죽여줄까?"
-"응, 그래 줄래?"

이 영화의 오프닝은 찍는 자와 찍히는 자, 두 사람 사이를 흐르는 비밀스러운 전류를 전면으로 드러낸다. 십 대 딸의 노골적이고 위험한 적의가 카메라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이미 이 집의 균열 속으로 발을 들인 셈이다. 의도적으로 흐릿한 화면, 흔들림 가득한 저화질의 질감은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일상의 가장자리를 응시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여주인공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마치 이 이야기의 진실을 보고 갈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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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바람입니다. 작은 극장을 품은 마음으로 영화와 일상의 자잘한 조각들을 주워 담습니다. 줄거리보다는 스크린 너머에 잠든 숨소리 같은 것들을 조심스레 건져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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