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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50%라는 숫자뒤에서, 인문대의 불이 꺼지고 있다.

by 달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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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50%라는 숫자 뒤에서, 인문대의 불이 꺼지고 있다.

연말의 대학 교정은 본래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숨결로 가득해야 한다. 그러나 2025년 12월의 캠퍼스는 유난히 차갑고 고요하다. 불이 꺼진 인문대 복도를 지나며, 나는 이 침묵이 단순한 계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최근 교육부의 학제 개편 기조와 맞물려 전국 대학을 휩쓰는 인문학부 구조조정은 한 시대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KBS 보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4년간 서울 소재 대학에서 사라진 인문·사회 계열 학과는 330곳이다. 특히 2025학년도 학과 개편안을 보면, 철학·사학·어문학 같은 순수 인문학은 '융합'이라는 이름 아래 실용 학과의 부속으로 흡수되거나, 정원이 대폭 축소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제 막 학부모가 되었거나 사회의 중추에서 일하는 40대에게 인문학은 삶의 기본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 기본기가 조용히 해체되고 있다.


대학은 언제부터 기업의 요구서가 되었나

사실 대기업이 대학 재단 운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변화는 '재정 안정'과 '시설 개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웠고, 대학은 기업 자본을 통해 캠퍼스의 외형을 키워왔다. 그 시기에도 학문의 자율성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적어도 대학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권은 학문 공동체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결이 다르다. 이제 대학은 기업의 후원자를 넘어 기업의 수요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재편하는 조직이 되고 있다. 취업률, 산학 협력 성과,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 지표가 학과 존폐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었다. 이는 교육부의 평가 지표와 재정 지원 구조에 대학이 순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2024년 공시 기준으로 공학 계열 취업률은 70%를 넘는 반면 인문 계열은 50% 초반에 머문다. 숫자는 냉정하고, 대학은 그 숫자에 순응한다. 그 결과 대학은 점점 '학문의 집'이 아니라 '기업 요구서의 하청 기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취업률 50%의 함정, 사유는 어디로 갔는가

물론 '대학은 취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비싼 등록금과 불안정한 노동 시장 앞에서 대학이 현실적인 출구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보면 우리는 곧 알게 된다. 기술은 몇 달이면 익힐 수 있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힘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갈등을 중재하고,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며, 타인의 말 뒤에 숨은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은 오랜 사유의 축적에서 나온다. 인문학은 바로 그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영역이었다.

대학이 취업 훈련소가 되는 순간, 아이들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배울 기회를 잃는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이 시대에야말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준은 더욱 철학적인 영역으로 이동한다.

인문학의 축소는 단지 전공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생각의 방'이 사라지는 일이다. 타인의 서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갈등을 대화로 풀지 못한다. 최근 심화되는 혐오와 극단적 대립, 세대 간 불신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핍과 무관하지 않다.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 지표가 악화되는 지금,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사유의 공간과 언어의 쉼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에서조차 인간과 삶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효율만 남은 세계에서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남겨줄 '진짜 실력'

나는 내 아이가 세상을 숫자로만 읽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시 한 편에서 위로를 받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며, 스스로의 가치관을 질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는 가장 단단한 힘이기 때문이다.

인문학부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취업 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우리 사회의 사고력과 공감 능력의 고갈이다. 모든 학생이 인문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유의 훈련 자체가 대학 교육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불 꺼진 인문대 강의실에 다시 불을 밝혀야 한다. 대학은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를 묻는 마지막 공간이어야 한다. 사라지는 '생각의 방'을 지켜내는 일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이 다음 세대에게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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