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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학원가, 고립된 교실에 갇힌 아이들

by 달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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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학원가, 고립된 교실에 갇힌 아이들
[주장] 선행학습의 굴레가 된 '예비'의 계절

2월의 서울, 특히 서초와 강남의 거리는 이중적이다. 초·중·고등학교 앞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지만, 그 그림자처럼 교차로 건너편 사거리에는 "신학기 대개강", "의대 모집반", "고득점 전략반" 같은 구호가 빽빽하게 도배된다.

졸업식은 더 이상 성장의 마침표가 아니다. 그것은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해야만 하는 출정식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이미 휴식의 여유를 박탈당한다. 15년 이상 영어 강사로 서초·강남 학원가를 지켜본 내게 2월은 해방의 계절이 아니라, 아이들의 '숨 쉴 권리'가 압수되는 시간이다.


왜 2월인가

한국의 사교육은 계절의 흐름과 함께 움직인다. 겨울방학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가에서는 "선행은 필수"라는 기조가 반복된다. 이 현상은 단순한 학습 문화가 아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사교육 지출은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중·고 사교육비는 사상 최대인 약 29조 2,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7.7% 증가한 수치다. 사교육 참여율 또한 전체 학생의 80%를 넘겼다. 이 경제적 압박은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 참여가 높아질수록, 학생들은 정작 창의적인 사고와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잃어간다는 경고가 국제기구에서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학생들이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낮으며,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역시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한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가 던진 질문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강제된 축제와 환희에서 벗어나 기숙사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엄격한 역사 교사 폴과 상처 입은 학생 앵거스는 모두 외부와 단절된 '잔류자'다. 이들은 차가운 교실에서 서로의 결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비로소 인간적 연대감을 회복한다.

이 이야기는 2월의 현실과 묘하게 겹친다. 우리 아이들은 축제나 환희 대신 학습 스케줄과 경쟁의 목록을 들고 교실에 남겨진다. 영화 속 정지된 시간이 연대의 공간으로 전환되듯, 현실의 정지된 2월 또한 아이들에게 절망 대신 새로운 질문을 던질 기회를 줄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선행학습은 실제 교육적 효과보다는 심리적 위안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거나 최소 1~2년 정도의 선행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라는 현상이 보도된 바 있다.

실제로 강남의 한 학원 상담사는 "진도를 많이 나왔다고 해도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하며, 학부모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관행적 선행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교육 참여가 학생들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 교육 장기추적조사에 따르면, 오랜 시간 '그림자 교육(shadow education)'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정규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방심하거나 수업 참여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처럼 사교육의 속도전은 정작 아이들의 내적 동기와 성찰 능력을 갉아먹는다. 교실 밖에서 경쟁을 준비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교실 안 학습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아이들은 성취의 진짜 의미를 잃는다.


부모의 불안과 사회적 맥락

부모들이 2월의 '텅 빈 여백'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다. 사회 구조가 '획일화된 성공 서사'를 강제하기 때문이다. 많은 가정이 사교육비에 가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쓴다. 한 국제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가정 소득의 최대 3분의 1 이상이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이러한 구조는 모든 부모가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집단적 불안을 생산한다. 다른 집 아이들이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면서, 부모는 쉼 없이 경쟁에 뛰어든다.


사교육 현장에서의 깨달음

나는 수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때로는 강사가 아니라 '동네 삼촌'이나 '형'처럼 그들의 눈을 바라본다. 언어는 원래 사유를 확장하고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영어는 점수와 등급을 위한 '기술'일뿐, 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지 못한다.

영화 속 폴이 앵거스를 응시하던 순간처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존중과 위안이다. "지금 잠시 멈춰 서도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단 한 마디가 경쟁 속에 갇힌 아이들의 숨을 다시 트이게 한다.


2월, 진짜 방학이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 정책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선행학습 금지법 같은 규제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2월이라는 계절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2월은 예고편이 아니라, 한 해의 도약을 준비하는 온전한 쉼의 시간이어야 한다. 이번 설 연휴에, 문제집의 페이지를 넘기느라 창밖의 겨울나무를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의 2월은 경쟁의 서막이 아니라, 너라는 사람이 성장을 마무리하는 신성한 시간이다."

부모님께도 부탁한다. 아이를 학원에 남겨둔 채 경쟁만을 강요하지 말자. 대화의 밀도가 아이의 삶을 변화시킨다. 사교육 최전선에서 보낸 15년의 결론은 분명하다. 아이를 살리는 것은 선행학습의 속도가 아니라, 진심 어린 대화와 눈 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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