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감옥을 물들이는 총천연색 사랑!

영화 <플레전트빌 >

by 달빛바람

개요 판타지 미국 124분

개봉 1999년 04월 10일

감독 게리 로스 Gary Ross



​1. Opening 오프닝


이 ​영화는 현대 사회의 공허함을 대변하듯 현란하고 파편화된 TV 광고들로 포문을 연다. 그 무질서한 소음 속에서 유일하게 정적인 안식처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흑백 시트콤 <플레전트빌>이다. 가족 시트콤 <플레전트빌>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1950년대 미국이 구축하고자 했던 ‘이상적 가치관’의 결정체인 동시에 현대인이 상실한 정서적 안정감을 담보로 한 노스탤지어의 상품이다.


​특히 화면이 꺼지듯 전환되며 등장하는 ‘Once Upon a Time(옛날 옛적에)’이라는 자막은 이 텍스트가 지닌 신화적 성격을 폭로한다. 그것은 실존했던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냉전 시대의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은폐하기 위해 고안된 ‘박제된 낙원’ 일뿐이다. 게리 로스 감독은 TV 채널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우리가 선망하는 과거의 순수함이 실상은 고도로 기획된 ‘정치적 무균실’이었음을 냉철하게 지적하며 영화를 시작한다.



​2. 흑백 세상


​주인공 데이빗(토비 맥과이어)은 현실의 결핍을 시트콤 속 완벽한 질서로 보상받으려는 관찰자적 인물이다. 그가 리모컨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여동생 제니퍼(리즈 위더스푼)와 함께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설정은 주체적인 자아가 시스템(각본) 안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시트콤 ​플레전트빌 속 세계관은 극도로 ‘기능적’이다. 이곳의 인물들은 자아나 내면의 갈등을 소유하지 않는다. 남편은 퇴근하며 늘 같은 대사를 읊조리고, 아내는 다정한 모습으로 늘 같은 시간에 저녁을 준비한다. 화장실이 없고, 도서관의 책들이 백지이며,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이 세계가 ‘변화’와 ‘성장’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거세한 정체된 공간임을 드러낸다.
​흑백의 영상미는 단순한 시대적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 도덕률, 즉 ‘즐거움(pleasant)’과 ‘불쾌함(unpleasant)’만이 존재하는 보수적 가치관의 시각화이다. 인물들이 각본에 없는 돌발 행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스템의 오류는 규격화된 사회가 개인의 개성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소거하는지를 미학적으로 증명해 낸다.



​3. 변수와 나비효과


​제니퍼는 이 정교한 기계 장치에 던져진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의 폭탄이다. 데이빗이 시스템에 순응하며 ‘버드’라는 역할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할 때, 제니퍼는 자신의 원초적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특히 농구부 주장인 스킵 마틴과의 성적 접촉은 단순한 도발을 넘어 ‘인과관계의 복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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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바람 입니다. 작은 극장을 품은 마음으로 영화와 일상의 자잘한 조각들을 주워 담습니다. 줄거리보다는 스크린 너머에 잠든 숨소리같은 것들을 조심스레 건져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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