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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Oct 31. 2022

기본소득, 빈곤 종식의 서막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 서평

 나는 매달 생계를 보장해주는 불로소득을 얻는다. 덕분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나에게 생계유지 수단이라기보다는 직업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전략물자 수출을 허가하면서 국제평화와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임금보다 더 큰 보람을 준다. 그러나 국가사무를 맡아보는 것보다 공동체에 더욱 기여할 수 있고 마음 뛰게 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의원면직할 생각이다.


 상기한 내용은 저자가 말한 기본소득제가 정착됐을 때의 내 삶의 모습일 것이다. 만약 유일한 생계수단인 직업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앤디 스턴이 쓴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미국 사회가 기술발전을 통해 일자리 없는 성장을 하고 있으며 이는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에 대한 예측은 상반된다. 낙관론은 인간 노동이 기술발전으로 인해 대체되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는 보완효과가 더욱 크다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저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이 가속화 고도화될수록 인간 노동에 대한 수요 급격히 줄 구조적 기술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혁신적인 기술로 인해 생겨난 노동수요일수록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힘이 보완하는 힘보다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기술 실업이 특정계층과 직업군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소득배분 자료에 따르면 늘어난 소득은 재산의 소유권 기반 전통 자본을 소유한 사람에게 더 많이 흘러갔다. 기술진보로 인해 인간 노동보다 전통 자본이 중요시되고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기술 대기업의 생산량당 노동투입량 또한 적기 때문이다. 인적자본이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인 저임금∙저숙련 노동자일수록 임금 감소와 구조적 기술 실업 흐름에 더욱 쉽게 표류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개인에게 한 달에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연간 필요한 예산 추정치는 1조 7500달러에서 2조 5000억 달러이다. 재원조달 방안은 기존 126개의 복지제도 폐지, 불필요한 조세지출 폐지, 금융거래세, 부유세, 기타 연방지출 축소 등 다양하다. 재원은 이미 경제구조안에서 순환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없다.


 그러나 불투명한 재원 지속성, 노동의지 감소 등을 근거로 기본소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물론 저자는 재원 마련 방안은 기존 세입으로도 충분하고, 시민들에게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공공부문 근로를 통해 공동체에 이바지하게 함으로써 기본소득 수급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더 여유로운 삶을 영유하기 위추가 소득을 얻으려면 주체적으로 노동을 해야 하므로 무임승차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모든 제도의 시행에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다. 제도가 혁신적이고 파괴적일수록 말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2016년 기본소득 도입이 국민투표 무산되었다. 단순히 포퓰리즘에 대해 반대했다기보다는 기존 사회보장 시스템을 국민소득으로 대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인데, 구조적 기술 실업이 확산되어 소득이 줄어들어 든 미래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지금도 노동은 저물고 있다.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일이 없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기계는 직업 자체가 아닌 업무 중의 일부를 대체하다가 기술의 파급력을 바탕으로, 기계의 효율성을 이유로 점점 노동을 대체할 것이다. 구조적 기술 실업에 따라 소득분배는 더욱 불평등해질 예정이다.

 

 또한 브랜드 고유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고 가격 형성력까지 보유한 기술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격차는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기술 실업률과 불평등이 제도에 따라 그 속도를 달리한다는 점은 정부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정부는 소득이 쌓이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 대원칙에 따라 재원을 마련하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구조적 기술 실업에 대비하여 기계가 미치지 못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재편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도 정부 역할이다. 저자의 보편적 기본소득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으면 조건적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식노동, 돌봄 노동, 문화 노동 등 기계가 대체할 수 없지만 공동체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뒤 수급 자격을 부여하여 제도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공동체의 공존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을 정치라고 한다면, 지금은 성장의 경제보다는 분배의 정치에 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미국 상위 0.1%의 부자는 하위 90%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 이상 부를 소유하고 있다. 과거 서구 주류사회가 사회주의 혁명으로 전도되지 않은 것은 중산층의 형성˙ 확대 덕분이다. 기술적 기술 실업이 만연하여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소득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어 자본주의 순환의 폐색까지 불러올 수 있다.


 저자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를 말한다. 기본소득제는 인간에게 생계유지를 위한 강제적 노동에서 벗어나 주체적 노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창조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사회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인간을 강제적인 노동에서 좀 더 자유롭게 하여 노동 전반의 협상능력을 향상할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임금 상승은 부의 이전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 기본소득제가 인류 최초 빈곤 종식의 서막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Money is power only when nothing’s free."

에픽하이의 Lesson4(tablo's word)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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