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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

by 무명

사람의 얼굴에는 삶의 흔적이 묻어난다.

눈가의 주름, 손바닥의 굳은살과 목소리의 온도까지.

지나간 세월을 담고 있다.


공간도 다르지 않다.


문지방은 세상과의 경계이며,

넘어선 도전만큼 닳아 있다.


식탁에는 사랑이 스며들고,

소파는 안락함의 무게만큼 꺼지고,

책상은 묵묵한 의지만큼 흔적을 간직한다.


이렇듯 습관 기억이 되고, 기억은 궤적을 남기며,

공간한 페이지 장식된다.


시대의 욕망도 건축에 그 흔적을 새긴다.


중세의 고딕 양식은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수직적 구조로

권세와 권위를 드러냈다.

르네상스의 돔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품었고,

아르누보의 자연을 본뜬 형상으로 공간을 물들였다.

모더니즘은 동서양의 문법을 뒤섞어 세계화의 서곡을 울렸다.


그 속에는 시대의 욕망과 기술, 사회, 문화가 겹겹이 쌓여 역사라는 흔적을 새겼다.


공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삶과 역사의 궤적을 고스란히 품은 기록이다.


우리는 공간을 마주할 때마다

지나온 시간 반추하고, 다가올 시간 속 나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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