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그리고 강릉

강릉에서 위로 받은 어느 날의 기록.

by 다보리

몇 주 전,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친한 언니에게 여행을 제안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강릉에 가기로 했다.


강원도. 내게 강원도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마음 한편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강원도에 갈 때마다, 미세 먼지처럼 쌓인 마음속 감정을 정리해왔던 것 같다. 지루한 일상과 답답한 감정이 가득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내게, 더욱 가고 싶은 여행지랄까.


기차를 타고 내가 사는 청주에서 강릉을 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는 오송역에서 만나 KTX를 타고 서울역을 거쳤고, 거기서 강릉으로 향했다. 길고 긴 시간이었지만, 밤에 잠긴 창 밖 풍경이 더욱 내 머릿속을 비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3시간 30분 정도를 철길 위에서 보내고,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했을 땐 밤 12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이었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한 가정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는데, 집안 구석구석 호스트의 손길이 느껴졌다.

다음날 나는 생애 첫 감자 옹심이 먹기를 도전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함께 간 언니는 학창 시절을 강릉에서 보냈고, 내게 강릉 구석구석을 알려주고 소개해줌과 동시에 추억에 빠지곤 했다. 많은 것이 변했다며 신기해하기도 했고, 어딘 그대로라며 기뻐하기도 했다.


조언을 토대로 감자 옹심이와 칼국수가 함께 들어가 있는 옹심이 칼국수에 도전했다. 감자와 칼국수를 모두 좋아하는 나는, 강릉에서의 행복한 첫 끼를 먹었다. 옹심이만 들어있는 감자옹심이를 먹을걸 하고 후회도 했다. 강릉 사람들은 먹고 싶을 때마다 와서 먹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하며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밥을 먹고 우리는 사천해변 쪽으로 향했다. 강릉에 정말 다양한 해변이 있지만, 사람도 적고 조용한 해변을 가보고 싶어 언니의 추천을 따라 사천해변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사천해변 근처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새소리와 바닷소리, 사람들 웃음소리, 바람 소리가 섞여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커피를 마시고 앞에 보이는 해변에 가보기로 했다. 길을 건너 산책로로 들어간 순간,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외국 해변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내 두 눈이 담아낼 수 있는 그 하나의 프레임. 두 눈에 가득 들어온 그 장면이, 해변이 보인 그 장면이 어떠한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그저 감탄하며 너무 좋다는 말만 내뱉었다.


소나무, 바다, 하늘. 그 세 가지의 조합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순간을 계속 눈에 담고 싶어서 그저 멍하니 있었다.


내가 떠나고 싶었던 이유. 내가 매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감정, 마음, 생각을 잠깐만 잊어버리고 싶었다. 정말 아주 잠깐만, 현실의 나를 잊어버리고 싶었다.


사진에 담아낸 그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떠나온 목적을 달성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내일이 되면 또 어김없이 두통약을 삼키고 감정을 삼켜야 하겠지만, 저 사진을 보고 또 보며 다시 강원도로 향할 기차표를 뒤적거리는 순간이 올 때까지 버틸 원동력은 얻은 것 같다.


마음이 또 답답해져 오면 난 또 생각하겠지. 가야겠다, 강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