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이 열아홉에게

by 다보리

제가 수시 원서를 접수했던 게 벌써 7년 전인데도 아직 기억이 생생하네요. 떨리던 손가락부터 방황하던 눈까지 긴장했던 느낌이 그대로예요.


올해 우리 집에서 마지막으로 입시를 치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동생을 보며 오랫동안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친구가 아마 비슷한 색깔의 고민을 가지고 있을 테고, 각기 다른 무게감으로 고생하고 있을 테니까요.


가끔 전 그런 생각을 해요. 가만히 창밖 풍경을 들여다보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바쁜 것처럼 보이다가도 나 빼고 다 한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만 힘든가 싶기도 하다가 모두 힘들구나 싶기도 해요. 가만 들여다보면 "참 생각하기 나름이네."라고 곱씹고 말게 되더라고요.


대학에 붙었을 때 참 기뻤어요. 해냈다. 잘했다. 고생했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는데, 막상 3월이 되니 이상하더라고요.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어야 하는데 마치 최종 임무를 완료해 끝을 본 게임처럼 의욕이 안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지원동기, 학습 계획, 의미 있는 활동 적어가며 오고 싶다고 했던 이 학과가, 그리고 이 학교가 참 낯설었어요.


전 대학을 다니며 학문에 대한 지식도 쌓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많이 얻었어요. 특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대학 입학 후 입시를 최종 목표를 세웠던 탓에 방황했던 저는, 좀 더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노력 했어요. 내 생각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집중했고, 내가 지향하는 것과 지양하는 것에 대한 차이와 나라는 인간의 의의를 알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의 나침반을 하나 얻게 된 느낌이에요.


그리고 가치를 구분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나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는 용기도 얻었고요. 관계를 정립하는 데에 있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유형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몸으로 직접 느끼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요.


제 동생을 포함하여 22학번으로 입학할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시간을 보냈던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실 여러분이 선택한 전공만을 공부하는 곳은 아니에요. 그동안 배울 수 없었던 다양한 가치와 사회, 경험이 존재하는 참 넓은 장소에요. 그 장소를 통해 여러분은 성장하고 좀 더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을 보내게 될 거예요. 모두에게 값진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얼마나 힘든 시간 속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해 나가고 있는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동안 보내왔던 시간과 앞으로 보낼 시간이 있고,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여러분 앞에 있어요.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아무도 몰라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얼마나 이 길을 묵묵히 그리고 잘 걸어왔는지 스스로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알고 있어요.


저도 얼른 동생에게 가서 말해줘야겠네요.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