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시를 해보다니
AI로 그림책 만드는 걸 배우고 난 뒤, 2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
그중 첫 번째는 AI 그림 전시회.
미드저니라는 이미지 생성 AI로 이미지를 만들어서 전시회를 하는 것이다.
그림책 만들기 강의했던 곳에서 전시회에 대한 공지를 하고 참여할 사람들의 신청을 받았다. 참여를 할지 말지 잠시 고민을 했다. 퇴사 후 제대로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돈 버는 것과 관련 없는 일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도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내가 언제 전시회라는 걸 해보겠으며, 전시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의 내가 지르고 나면, 내일의 내가 잘 수습할 거야.' 아이를 생각하니 행동하게 된다.
전시회를 신청하고 나니 첫 번째 과제는 주제 정하기였다. 다사다난했던 결혼생활과 치열한 싱글맘으로서의 삶을 살다 보니 힘들지만 배우게 된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인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해진 주제.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우리는 흔히 행복은 무언가를 성취해야 느낀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를 더 벌면 행복할 텐데, 내가 이것만 이루면 행복해질 텐데. 나 또한 그런 오류에 종종 빠진다. 행복이 조건이라면 나는 내가 목표한 것을 이루기 전까지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정신없는 삶 속에 한 순간의 찰나로 다가온다. 퇴직금을 월급처럼 받고 있기는 했지만, 근로소득이 없는 그 불안함 속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고단할 때 아이가 보여주는 예쁜 미소, 시간을 내어 만난 아끼는 사람들과의 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마시는 그 순간!
지금도 우리 곁을 지나가는 있는 행복한 찰나를 얼마나 자주 알아차리고 깨닫는지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 아닐까. 그래서 내 그림을 보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지금 당신의 곁을 지나가는 행복의 찰나는 무엇인가요?"
주제를 정했으니, 이미지를 만들어야지. 파파고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된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이미지를 생성했다. 말 그대로 버튼 하나 누르면 AI가 만든 이미지가 나온다.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이미지에 마음이 휩쓸린다. 결국 내가 원하는 최종 이미지를 구상하고 최대한 그 구상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AI로 이미지를 만들 때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길인 것 같다. AI로 이미지 만드는 게 '달칵'은 맞지만,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달칵'이 필요했다.
6개의 이미지 중 어떤 게 제일 나은지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고, 함께 전시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받는 시간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처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힘든 순간에도 나의 원동력이 되어준 딸을 생각하며 만든 짓궂게 활짝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 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색도 알록달록하게 들어가서 이미지에서 생동감이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이미지에 패턴이 들어가 있는데 조잡해서 포토샵으로 하나하나 리터치를 했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는데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지어졌다. 아주 좋은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 정도면 되었다. 아이를 떠올리며 작업한 작품으로 전시를 한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었다. 먼저 아이가 좋아했다. 자기가 들어간 작품이 전시회에 출품되는 것에 뿌듯해했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 전시회 기간이 되었다. 4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전시회라는 걸 해보다니. 전시장에 걸려있는 내 그림을 보니 뿌듯하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과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작품은 판매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AI전시회 얘기를 들으니 실제로 작품이 팔리기도 한다는데 내 작품도 팔리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더 잘한 사람들께 팔리겠지 실망하지 않으려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전시회 기간 동안 전시장을 지킬 지킴이 지원을 받았다. 나는 가능한 시간대 지원을 했고, 그때 함께 지킴이를 하던 분이 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시를 하기 전에 모바일로 작품을 봤을 때는 그림이 좀 유치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캔버스에 인쇄하고 전시장에 걸어놓은 걸 보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제가 아는 분이 장애아동발달센터를 새로 오픈하려고 준비 중인데, 그곳에 엘리베이터 문이 딱 열리자마자 이 그림이 걸려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 그림을 오픈 축하 선물로 그분께 선물하고 싶은데 10만 원에 판매 가능할까요?(판매가 모두 동일하게 20만 원) 그리고 센터 오픈하시는 분이 다른 2분 작가님 작품도 샀는데 센터 오픈하고 나면 작품 구매한 작가님들 3분 초청해서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지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내 작품을 사겠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상상만 해본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어깨가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좋은 취지의 일이었기 때문에 판매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했다.
내가 좋아서 한 AI전시회였는데, 이 일을 통해 다른 일로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작품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포인트를 실제로 느꼈다는 것도 놀라웠다. 사는 곳에서 거리가 있는 전시장이었는데, 나를 응원하기 위해 전시장에 한걸음으로 달려와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이 글을 통해 다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