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직업자
퇴사를 하는 시점이 문득 추운 겨울이 아님에 감사했다. 퇴사 후의 삶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겨울이었다면 날도 춥고 마음도 추웠을 것 같다. 봄이 시작되는 3월에 새로운 시작을 했다. 단순하게 기분은 좋았다.
이직을 할지, 프리랜서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퇴사를 결정한 날부터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내가 했던 일을 이어서 할지, 새로운 일을 배워서 할지. 사실 배우고 싶은 건 많았다. 떡 제조, 케이크 제작, 미니어처 제작, 굿즈 제작 등 내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해보고 싶었다. 또 유튜브에 뜨는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사업 강의에 대한 광고도 관심 있게 보았다. 막상 배우려고 생각하니 배우는데 드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했다.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시점이었고, 저학년이기에 아직은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돌봐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프리랜서인데. ’ 그렇다면 어떤 일로 집에서 돈을 벌지? 나는 일을 오래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막막함이 몰려왔다. 회사라는 소속감이 잠깐 그리워지기도 했다. 달마다 먹고살만큼만 번다는 보장만 있다면 아이 키우면서 프리랜서라는 일만큼 좋은 일이 없을 텐데.
이직을 생각해 보았다. 장점은 매달 고정수입이 생긴다는 것이고, 단점은 아이 학원 픽업이라던지 평일 아이케어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친정엄마가 계시지만 연세가 79세이다 보니 마음 편하게 맡기기 어려웠다. 그리고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회사의 눈치가 보일 것 같았다.
아이 아픈 것에 예민해지는 이유가 있다. 아이가 1학년 때, 일 년에 4번 폐렴에 걸렸고, 그중 2번 입원을 했던 적이 있다. 아이가 어릴 때 폐렴으로 입원하는 일들은 종종 있지만, 무슨 일인지 어렸을 때 입원한 적이 없던 아이는 8살에 입원 릴레이를 했다. 1월과 4월에는 폐렴으로 입원을 했고, 9월과 11월에는 폐렴이었지만 통원치료를 했다. 비염을 시작으로 염증이 목으로 내려가고, 기관지로 내려가고, 폐로 내려가는 증상이 반복됐다. 처리할 업무가 있으니 연차를 아이 입원한 기간 내내 쓸 수가 없어서 병원에서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하루만 일을 쉬고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아이는 수액을 맞으니 밤에 잠을 자다가 몇 시간 간격으로 계속 깨면서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고, 나는 화장실로 가는 아이 수액을 같이 옮겨줘야 하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입원생활을 해보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아이의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어린이 한의원을 다니며 한약을 꾸준히 먹었고, 결과로 호흡기가 좋아지고 병원을 갈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전에는 한약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아이에게 한약을 먹이지 않았는데 건강해지는 아이를 보니 나의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또다시 회사를 다니자니 예고 없이 갑자기 아플지도 모를 아이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경력은 있으나 43세라는 나이를 뽑을까 싶기도 하고 간절하면서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새롭게 만드는 일이 왜 그렇게 귀찮은지 모를 일이다.
프리랜서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집에서 일을 하며 일과 육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리랜서(Freelancer)는, 특정 기업·조직에 전담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능력으로 독립적으로 일을 하며 보수를 받는 개인 사업자(자유직업자)를 뜻한다. 자유직업자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잘 몰랐다. 자유라는 달콤한 말 뒤에 따라오는 책임이라는 큰 무게를.
하고 싶은 게 많고 불안했던 나는, 퇴사 후에 총 3개의 강의를 들었다.
첫 번째는 AI로 그림책 만드는 강의였다. 하고 싶은 일 중에 동화책 작가도 있었는데, AI로 만든 그림책을 e북 형태로 발행하고 ISBN을 발급받아 인터넷 교보문고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실제 판매도 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있으니 그림책에 관심이 많았고,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교훈을 그림책을 도구삼아 알려주고 싶었다. 챗GPT 사용법을 익히며 그림책 스토리를 기획했고, 미드저니라는 이미지 생성툴을 활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신세계였다. 버튼을 '달칵'하면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달칵'이 필요했다. 답답함에 만들어진 소스를 찾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타협도 필요함을 배우기도 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2주만에 AI와 협업한 그림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니 뿌듯했다. 아이에게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하니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영어 버전의 그림책을 만들어 아마존에 판매하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매달 동화책을 만들겠다는 다짐도 지키지 못했다. 바로 수익화가 되지 않는 점이 실행력을 무디게 만들었다.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 강의를 통해 AI 세계를 배우는 것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