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된 이유

by 히힛

마지막 퇴직금을 받기 한 달 전,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마음만 조급할 뿐이었다. 다음 달이면 퇴직금도 끝인데, 다음 달은 뭘로 먹고살지? 몇 달간 이것저것 많이 했으나 결과적으로 확실한 수익은 없이 시간만 허비한 것 같았다. 수익을 기준으로 돌아보니 그랬다. 그때의 허무함이란.


꾸준히 블로그에 수익성 글을 작성하며 트래픽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직 제목이나 키워드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어림도 없었다. 글을 쌓는 기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걸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불안이 커지니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뭐라도 빨리 해서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쉬는 걸 허용하지 못했다. 나를 몰아세우듯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쉬지도 않고 노트북 앞에 앉아는 있는데 수중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허무하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무능함이 건드려진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인정받는 게 중요한 나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나의 정서가 불안정해지니, 그 영향이 아이에게도 간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가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참아주는 게 안되고, 참다가도 감정적으로 폭발했다. 그러고 나면 후회하고. 아이 아빠처럼 화내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아이아빠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평소에 눈여겨보던 블로그에서 책 출간을 목표로 같이 글 쓸 사람을 모집한다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힘들었던 결혼생활을 겪으며 하게 되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를 말하고 싶었다. 괴로운 현실을 살며, 역전된 미래를 꿈꿨다. 마음은 있으나, 혼자서는 도저히 써지지가 않았는데 함께 하면서 무언가 해야 하는 강제성이 부여된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잠깐의 고민 뒤에 신청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나의 글쓰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던가.

일단 질렀다. 잘 쓰는 것 말고, 일단 쓰기가 목표였다.

글의 주제를 정하고, 제목도 정했다. 목차 정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글쓰기가 제일 어렵다. AI가 뚝딱하면 글을 써주는 시대이지만, 매주 나의 삶을 글로 옮기는 일을 혼자 끙끙대며 하고 있다.


가정폭력이 있던 결혼생활을 잊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더 많이 희석되고 잊힐 것이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나의 기억 속에서만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았다. 글로 남기는 그 과정이 나에게 치유가 되기를,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서 세상과 단절되어 살지 않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글을 매주 1편씩 쓰기 시작했다. 함께하니 어떻게든 쓰게 되었다. 글 쓰는 모임에서 브런치 작가 신청 얘기가 나와 신청해 보기로 했다. 떨어질 것도 예상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붙어서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그렇게 '싱글맘의 우당탕탕 인생생존기'라는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글재주도 없고 투박한 글에 구독도 하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3개월의 글쓰기 모임은 끝이 났지만, 글은 매주 쓰고 있다. 처음에는 책을 무조건 내고 싶었는데, 이제는 지워지지 않는 활자의 무거움을 체감하게 되었다. 꼭 책이 아니어도 좋다.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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