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 데.

by 김까치


입에 고기칠이라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이력서를 쓰기 위해 이력서를 보는 데 이력사항에서 막힌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어디에 다녔지? 쓸만한 게 뭐가 있지? 아, 근데 나 며칠 일하고 튄 거 써도 되려나? 그럼 사업주가 싫어할 텐데. 자연스럽게 뒤로 넘어가서 자기소개서를 보게 된다. 문항은 총 4개인 데 내가 생각나는 건 성장과정, 장점과 단점, 앞으로의 포부 정도이다.


성장과정은 아버지는 성실하게 일을 하셔서 어쩌구, 저쩌구로 생각하고, 앞으로의 포부도 입사시켜주시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처음에만 노비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쓰다가 정작 막히는 것이 나의 장점과 단점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의외로 막히는 지점이 장단점이 막히는 이유는 장점인 듯, 단점인 듯이 술에 물 탄 듯, 물에 단백질 보충제 타듯 헷갈리기 때문이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내가 친구를 만날 때, 면접을 볼 때, 일터에서 친한 사람을 만날 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은 가면을 쓴 사람처럼 다르다. 결정적으로 적을 만날 때의 모습도 달라진다. 태양에 프리즘을 비춰보면, 숨겨진 무지개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남색을 보여주듯이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 단점 앞에 붙은 것은 ’write down when you meet your enermy’일지도 모른다.


나의 적은, 천적은 A씨였을지 모르겠다. A씨는 나에게 꾸며진 출입증을 건네주며 친절한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까치씨한테만 드리는 거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天敵’을 상대하는 SKILL이 누적되어 있었다.


[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어서 무급으로 봉사하며, 창작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때로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고소’라는 명칭으로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것이 마음의 상처에서 발생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상처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치유과정을 거쳐야 해소될 거라 믿는 지원자 김까치입니다. ]


일을 배우기 위해 그녀를 쫓아다녔을 때, 그녀의 모든 것을 배웠다. 하지만 나의 눈에 걸리는 것은 모든 직원들이 한번쯤 들렸다가고, 늘 비슷한 시간에 일정하게 모이는 ‘종이박스’였다. 그 종이박스는 짐짝으로 여겨져서 모두 발로 뻥뻥 차고 다녔다. 나는 내가 한가로워졌을 때, 그 박스를 전부 모아 끌차에 실고 철제박스에 버리기 시작했다. 그게 그들이 신입에게 기대한 첫 번째 역할이었다. 그 이유는 그녀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하지 않고, 나는 하는 행동. 나는 힘듦, 그들에게는 편익을 줄 수 밖에 없는 불공정 계약.


‘돈이라는 것이 정말 무엇일까. ’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믹스커피를 2개씩 까서 휴게실에서 까먹었다. 박스를 정리하러 내려가자, 때마침 퇴근시간이 된 A씨가 약을 올리듯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와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갔다. 그걸 보고, 내가 본 것을 의심했다. 화가 나서 끌차를 끌고 밖으로 나갔고 철제박스에 파지를 철제박스 부술 듯이 버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때려쳐야지. 때려쳐야지. 때려쳐야지. ’


더 있었다. 그녀의 만행. 손님도 스트레스를 주고, A씨도, 이 주변 환경에 짜증나서 몸이 스트레스로 찌들기 시작했다. 감기가 걸렸는 데 쉽게 낫지가 않았다. 점심시간에 약을 사러 가는 나에게 그녀는 카카오톡으로 말했다.


[ 까치씨! 박스 좀 버려주세요. ]

[ 저 지금 아파서 약국 가고 있는데요? ]


조용해졌다. 점심시간은 1시간인데 30분이 채 되지 않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묻고 싶었다.


‘노동법으로 정해진 게 있는 데 왜 노예를 자처하고 난리야? ’


그녀 역시 박스가 문제였고, 그녀에게는 내가 박스처럼 스트레스 요소였나보다. 그렇게 응대하고 난 뒤 ‘작업복’을 다 챙겨입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버리러 갔다. 99% 못하다가 1% 잘하면 감동이 커진 전략은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넓은 범위에서 생각은 못했나보다. 함수를 그리면 X축과 Y축이 있고, X축은 매일매일 진로(나아갈 진進, 길 로路)로 굳어지는 데 모든 것이 다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을. A씨 혼자 맥도날드, 스타벅스 먹을 때 휴게실에 있는 커피를 직접 타서 음식 먹지말라고 표지판이 버젓이 있음에도 갖다바친 건 나, 김까치였으니까.


그녀를 오래 보고 연구한 끝에 알게 되었다. 나의 강점은 통찰력(洞察力)이라고 부르며 막연하게 와닿는 것이 아니라 조선왕조실록을 쓴 사관(史官)처럼, 매일매일 업무일지를 쓰고 회사의 재무구조, 마케팅, 전략, 인사 등을 분석하며, 나만의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었으니까. 나아가 누군가의 니즈 파악에 맞춰 가장 싫어하는 해결책을 주기도 한다는 거였다. 나는 이러한 내가 좋고, 그녀는 그러한 지 자신이 싫어서 박치기로 병가를 얻기를 바란다. 일종의 자해가 아닐까?


99% 못하다가 1% 잘하면, 감동이 커지지.


근데 평상시의 X축은 진로로 굳어져 있는 데, 그것은 생각을 안한 모양이다. 진로는 진로탐색의 의미도 있지만 나아갈 진, 길 로의 의미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안전관리자라며, 그게 맞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