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령 또 시켰어. 아, 짜증나네.”
짜증이 켜켜이 쌓인 물건처럼, 쌓여가고 있던 날이었다. 내 담당구역은 운동기구쪽. 내가 여자다보니, 내가 할 일이 물건을 옮기고 진열하는 일임에도 무거운 게 많은 날일수록 싫었다. 남녀차별은 사라졌다! 그건 너의 생각이야! 라고 하던 말이 옛말이라고 하기에 현장은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적서차별과 유사한 남녀차이가 있었다.
‘전 힘이 쎄요. I’m strong than the man! ‘
여자가 말하더라도 물건을 많이 옮겨야 하는 현장에서는 여자보다는 남자가 선호되기 마련이었다. 택배, 공사판에 여자보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그들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일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틀어버린 것이 얼마 전, 승진하신 B차장님이었다. 차장은 내가 남자라고 생각한 것인지 쓸모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아령을 자꾸 시켰다. 1kg, 2kg, 3kg, 5kg. 그걸 볼때마다 짜증이 나서 얼굴 표정은 :)와 멀어졌다. 미간은 찡그려지고, 인중의 근육이 짜그라지는 표정이었다.
’내 손목이 뭔 죄인데. 내 손목을 배려하는 발주를 해~! 네가 들어줄 것도 아니잖아.‘
말하고 싶다고 다 말했다간 잔소리만 들을 것이 또 뻔하여 말을 삼켰다. 하지만 운동기구쪽에는 자동문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갑자기 그 전날, 몇분 전까지 잘 여닫던 자동문이 멈췄다. 자동으로 안닫혔고 수동으로 열려다가 찬바람이 술술 들어왔다. 나는 잔소리 대마왕 직장선배인 B씨와 이 문제를 골몰했다. B씨는 사내메신저에 이러한 사실을 L대리님에게 공유를 하였다.
[ 문이 이상해요. ]
[ 이거 냅둬보세요. ]
일단 문이 열린 채, 추운 날 문이 열린 채로 계속 한 자리에 있었어야 됐던 나는 다 낫지 않은 감기가 심해져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B차장이 그 날, 3층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아가 B차장은 L대리에게 보고받은 것이 없는 건지, 아님 있는 건지 나를 째려봤다.
“이거 왜 이래요? 계속 그랬어요? ”
나에게 잘못을 추궁하는 눈빛이었다. 스쳐가듯이 본 그의 얼굴에는 가득했다.
“ 네. ”
문은 바로 고쳐지지 않은 채로 또 추위에 노출되었다. 또 어떤 날은 쓰레기를 버리던 철제박스가 강풍에 넘어갔다. 나는 강릉의 거친 바닷바람을 얼굴에 쐬듯이, 모공이 찢기는 느낌을 받으며 울 듯이 말했다.
“이거 왜 이래. ”
인근에 세워둔 표지판은 물론이고, 철제박스마저 데굴데굴 굴러가 차를 칠 정도의 바람이었다. 자동문처럼 사진을 찍어 보고를 했는 데, 안전관리자라고 하던 L대리는 직접 와서 보지도 않았다. 그 넘어진 철제박스를 바로 세워 복구하는 건 또 우리 모두 몫이 되었다. 판넬이 또 날아갔는 데 사진을 찍어서 보여달라고 할 뿐이었다. 난 그것을 보고, 내 안전은 내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 불이 나면 안 구해줄 게 뻔해. ‘
선임된 안전관리자처럼, 소화전이나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빠른 지를 봐두었다. 결정적으로 그 판단에 쐐기를 박았던 건 L대리의 태도였다. L대리는 안전관리자라면서, 안전과 관련된 것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不안전관리자였다! 거기서 나는 하나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공부를 하면, 나이가 더 먹어 얼굴이 더 노안이 되면은 내가 L대리가 B차장이 될 때쯤에는 안전관리자로 능력이 더 있을 것 같아! ‘
안전관리자라고 하지만 안전에 대해 모르는 L대리와 안전관리자가 아니지만 안전에 대해 철저한 나! 명목상 안전관리자와 실속 있는 안전관리자! 거기서 나는 L대리와 B차장의 등쌀에 못이겨 산적처럼 변해가고 있는 C부책임자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파트 소장으로 가보시는 게 어떠세요..? 딱일 것 같은데요.‘
그 말은 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C부책임자 또한 착하지만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가게가 내 가게가 아니었지만, 그 가게가 내 가게인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나오고나서 그러한 성실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디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것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곳이 있을뿐. 후회없는 선택이란 것은 최선을 다할 수 있었음에도 다하지 않은 책임의 방기(放棄, abandon)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할 거라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 가든 최선을 다할 거지만 이제는 내 몸을 귀중한 자산으로 여기려 한다. 남의 자산을, 재산을, 물건을 아끼며 다뤄주다 스트레스 받아 까진 손은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낫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