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과 콜센터가 관련 있으신가요?
[ 재택, 편하게 일하세요 ]
현혹이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답이 없는 지역으로 나오는 일자리가 거기서 거기였다. 여기 사는 사람은 2030 청년으로 삶을 사는 시간 중 대부분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도전이나 준비로 직장인으로써의 삶을 준비한다고 확신한다. 서울에 취업 원서를 쓰니까 지방에 살면서 너가 거기 어떻게 올 건데라는 전제로 서류가 떨어졌고, 물류센터도 한 곳만 갈 수가 있었다. 떡볶이만 맨날 먹으면, 질리듯이 다른 선택지를 내가 고르고 싶었다.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 끝에 다다른 것은 이상하게 F1과 콜센터가 연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였다. F1 영화. 내가 정신이 휘리릭 나가고 머리 식히려고 본 영화였다. 카 레이싱과 관련된 영화인 데, 자꾸 시간을 줄이라고 계속 나온다. 그런데 콜센터 역시 콜을 받는 시간을 줄이고, 콜 수는 올리라고 계속 그런다. 웃긴 점 쓰는 소프트웨어는 ‘제네시스 클라우드’이고, 차는 ‘제네시스’가 따로 있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쨌든 방탄소년단에게 붙은 아미군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네시스가 콜센터 대주주인진 모르겠고 나라도 나를 잘 챙겨야지. 나아가 실제 좋은 결과에서 바뀐 생각이기도 했다. 일관성이 없는 짧은 콜센터 이력이었어도 대기업 몸에서 나온 부스러기처럼 나온 것들을 어떻게든 잘 조합하니까 공공기관 인턴 면접을 보았고, 공공기관 자회사 계열에서 AI면접 통과 후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으니까. 나아가 콜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A씨를 상대할 수 있었겠는가. 토끼똥 싸듯 짧은 이력, 프로젝트했다고 거짓말하며 포장해야지.
고인이 되신 정주영 회장님의 자서전에서 본 말에 따르면 “해봤어?”란 말이 자주 나온다. 그 말이 ‘도전’만 의미하는 줄 알았으나 ‘남들은 엄두를 못 내는 행동’까지 염두해놓은 듯 하다. A-B까지 해본 사람과 A-Z까지 해본 사람은 그리는 궤적과 시야가 후자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짧은 이력이라도 어떻게든 불씨 내는 것처럼, 비벼보자는 “네가 튀니, 나도 튄다.”를 모방하게 했으니까.
그녀, 제법 퉁퉁한 몸과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콜센터에서 일해보고 온 사람 같았다. 가르쳐주는 교육강사의 말에 항상 웃음을 쓰고, 귀여운 점이 있는 분이었다.
[ 질문이 있으신가요? ]
[ 저요. 그 알려주신 것이 (A에서 D)로 하는 건데, 이거는 어떤 (방법)을 통해 D로 하는 게 맞다는 말씀이시죠? ]
나름대로 논리의 깔끔함도 갖추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알아내서 대신 말해주기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적극성이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관찰력은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녀에게 집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육이 계속 진행이 되고 있던 시점에서 이상행동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30명 정도 모인 Zoom방에서 그녀는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저, 정신과 약 먹어요. ]
나는 내가 본 것이 맞는 것인지 충격을 먹었다.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당당함. 나는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것이 똥 나오기 전 쏘는 방귀와 같다는 것을. 그녀와 나는 같은 팀으로 배정되었고, 콜실습이 끝난 후 바로 전화를 수신하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보다 배달기사들의 전화를 받을 때, 한 대 쳐버리고 싶었다.
[ 아, 이 일 처음 하세요? 아, 왜 이리 느려!!! 옆에 있는 사람 바꿔봐요. ]
“ 옆에 사람이 없어요. ”
[ 아 그런 게 어딨어? 빨랑 좀 해요!!!! 좀!!! ]
마음을 간장에 졸이듯이 신입을 콩 구워먹는 것이 그들의 관습인 듯 했다. 여차저차 일을 마무리하긴 했으나 머리를 부여잡던 때를 잊지 못한다. 이 정도면 아주 양반이고, 어떤 사람은 듣기에 불쌍한 것도 있었다.
[ 저 기다린지 30분 넘었는 데 가게주인이 음식을 안 줘요. 어떻게 해요? 다음에 받으러 가야 하는 것도 있는데, 아 진짜 맨날 이러네. 왜 이러는거야? 개 같은 XX. ]
나한테 욕을 하는 것인지, 가게 주인한테 욕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는 것을 듣고 있을 때면 표정이 울 것 같아졌다.
[ 아, 얘네 좀 어떻게 해줘요! 나도 먹고 살아야돼! ]
“ 아, 그렇죠. 저라도 많이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또 다른 전화는 그런 것이었다.
[ 이거 처리해준다며! 돈이 왜이리 적게 들어왔어요? 예? 상급자 불러~~ ]
나도 모르는 걸로 나를 물어보며 닦달했다. 이 모든 것이 실전 투입하자마자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녀역시 정신병이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전화받은지 4시간도 안되서 도망가버렸다. 카카오톡에서 그녀는 나가버렸고, 묻기 위해 켜진 메신저에서 이런 메시지가 보여졌다.
[ B씨!! 전화좀 줘요. ]
그 말을 한 사람도 머리에 전기가 나갔는 지 갑자기 다음날에 없어졌다. 전화가 야간으로 갈수록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
[ 저기요. 저는 자동차고, 다른 사람은 오토바이로 배달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자동차 팔고 오토바이 살까요? 답 좀 해주세요. ]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 등SIN아. 니가 고름 되는 걸 왜 나한테 물어보고 난리야? ’
하루종일 이딴 전화를 들은 뒤, 자려고 하니 잠이 안왔다. 동기들은 365일 토일 휴무 없이 일하는 곳에서 토일 권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일하다가는 머리에 피가 말라 단명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튀어버린 B씨처럼 메신저에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아파서 못하겠어요.’라고 튀어버렸다. 근데 웃긴 점은 팀 내에 나는 방치자였고, 나의 콜 수신 상황을 다른 팀의 팀장이 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나가니까 이상한 번호로 문자가 왔다.
‘ 무슨 일 있어요? 왜 나갔어요? ’
그녀에게 사직의사를 표명하니까 갑자기 사직은 또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사직서를 써야한다고해서 대필로 사직서 작성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그들이 화나는 이유였나보다. 며칠이 지나서 건강보험 관련해서 물어보니까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 건강보험 20만원 내셔야 돼요. ”
“ 뭐라고요?”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다가 아무리 이것을 아래에서 답변을 해봤자 위에 고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본사 계약직 면접을 보았고, 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경력증명서를 떼달라고 했다. 14일 일하고. 하도 GR맞게 구니까 20만원 얘기는 어느순간 들어가버렸고, 내 담당자도 8개의 문자, 3개의 전화를 내가 연속으로 하니까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나는 내가 폐급노동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100%의 확률로 정신병이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나또한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정신병을 감수하지 않을 것은 아닌 데 ‘센터 출근 압박’, ‘신입인데 휴일 근무 강요’, ‘11시 넘어서 단체카톡방에서 연락’등을 보고 팀 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 후 본사로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