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검붉게 화장(火葬)을 하고 있는 입관(立棺)이다 초록
속에서 죽음이 살아 있다 검은 갈색의 몸을 태우고는 여름
을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꼿꼿이 응결시키고 있다 익모초
망초 달맞이꽃 명아주 낭미초는 아직도 초록을 번들거리지만
무위의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 본다 전하고 싶은 것이 있어
줄기는 돌처럼 단단한 의지가 되어 태양을 낯설게 만든다
고추 씨앗 같은 열매가 개미떼처럼 매달려서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희비애락의 여울물을 얼려서 잠자는 머리맡에
둔다 죽음의 화석을 푸른 하늘에다 새기고 싶은 것이다 겨울
흰눈이 내리자 어깨에 쌓이는 손길에 그제야 소리쟁이는
몸 붙이고 살던 공기와 산하를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