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합천 황매산 계단을 올라갔다 흙갈색 계단이
이제껏 살아온 내 시간처럼 가파랐다 숨이 구름 한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으로 떠갔다 계단 모퉁이
하얀 구절초 사이로 두 중년 남자의 등이 보였다 ‘인생
살아보니 사람은 진국이 되어야 한다’고 두런거리는 소리
사이를 스쳐갔다
요추 협착 때문에 17년 동안 해 오던 검도를 그만두면서
도장 관원들에게 밥 한 그릇 사겠다고 식당을 예약하고
갔다 이 도장에 오기 전에 인연을 맺었던 오랜 친구 세 명만
뎅그러니 앉았다 70년 동안 푹 고아서 걸쭉하게 된 국물은
어디 갔단 말인가 푸르디 푸른 황매산 찬 바람이 좁아진
척추관으로 흘러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