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도 가는 길

by 현목




어둑한 버스 뒷자리에 앉는다 어두움은 존재를 더 밝게

해준다 검은 머리 흰 머리가 섬처럼 띄엄띄엄 조금씩 솟아

있다 정거장마다 한 사람씩 오른다 저마다의 희로애락의

각주를 달고, 저기는 지팡이를 짚고 희미한 미소를 흘리면서

겨우 올라오던 성(成)할머니가 매번 앉던 자리다 그녀가

안 보인다 가셨다 한 평생 먹고 마시고 기도하다가 가셨다

누군가가 그 운명의 자리에 자신의 패를 얹어 놓는다 버스는

새벽마다 여전히 오고간다 명멸하는 별들 사이를 헤치고

삶의 허리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진주 중학을 지나면 돌담과 보도 블록이

만나는 각박한 틈새의 한줄기 흙더미 속에 광대나물, 냉이,

괭이밥 꽃이 피었다 성(成)할머니처럼 사라진 풀들의 자리에

피어나는 양지(陽地)의 슬픔마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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