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願往生歌

by 현목

願往生歌


즐비櫛比하였다 목 달아난 석불들이 줄로 서서 국립

경주 박물관 본채가 뒤로 넘어갈 것 같은 경사를 버티

고 있었다 봄날 늦은 오후, 나도 목이 달아난 내 몸뚱이

한 채를 그 끝자리에 세웠다 어디 보존할 데를 찾지 못

해 그간 헤매이다가 여기 와 한 자리를 겨우 세 들었다

뒤로 넘어갈 듯 갈 듯 비알지고 있는 내 몸이 가담되었다

나의 낡은 경주 박물관이 구원되었다 목 달아난 내 몸뚱

이가 어디 한두 채뿐이겠는가 아직 싱싱한 그 눈웃음

과 입술 미소가 살아있는 그림자로 내 이승과 저승 사이

를 원왕생원왕생願往生願往生 드나들고 있는 모가지여,

모가지여 직전直前의 것만을 허락받았다 이 산천 저 산

천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이끌고 온 갸륵한 소모

消耗여, 직전의 것만을 비인 자리를 허락받았다 슬픈 행

복이여, 봄날 해질 무렵 원왕생원왕생 범종梵鍾이 울었



*국립 경주 박물관 뒷 뜨락에 목 달아난 부처들이 수십 채 줄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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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 분석하기

----ⓜ(metaphor) ----ⓢ(statement) ----ⓢ‘(simile)

∙즐비櫛比하였다 ----ⓢ

∙목 달아난 석불들이 줄로 서서 국립 경주 박물관 본채가 뒤로 넘어갈 것 같은 경사를 버티

고 있었다 ----ⓢ

∙봄날 늦은 오후, 나도 목이 달아난 내 몸뚱이 한 채를 그 끝자리에 세웠다 ----ⓜ

∙어디 보존할 데를 찾지 못해 그간 헤매이다가 여기 와 한 자리를 겨우 세 들었다----ⓢ

∙뒤로 넘어갈 듯 갈듯 비알지고 있는 내 몸이 가담되었다----ⓢ

∙나의 낡은 경주 박물관이 구원되었다 ----ⓜ

∙목 달아난 내 몸뚱이가 어디 한두 채뿐이겠는가 ----ⓜ

∙아직 싱싱한 그 눈웃음과 입술 미소가 살아있는 그림자로 내 이승과 저승 사이를 원왕생원왕생願往生願往生 드나들고 있는 모가지여,----ⓜ

∙모가지여 직전直前의 것만을 허락받았다 ----ⓢ

∙이 산천 저 산천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이끌고 온 갸륵한 소모消耗여, ----ⓜ

∙직전의 것만을 비인 자리를 허락받았다 ----ⓢ

∙슬픈 행복이여, ----ⓢ

∙봄날 해질 무렵 원왕생원왕생 범종梵鍾이 울었다----ⓢ

----ⓜ(5) ----ⓢ(8) ----ⓢ‘(0)


∙원왕생가(願往生歌):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노래라는 뜻이다. 즉, 죽어서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이다. "원왕생(願往生)"은 "극락왕생(極樂往生)"의 준말로,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하겠다는 소원을 뜻한다. 이 노래는 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향가 중 하나로, 극락세계로 왕생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비알지다: 비탈지다의 방언

∙범종(梵鍾): 불교 사찰에서 사용하는 큰 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범(梵)"은 청정함을 뜻하며, 종소리가 청정하고 맑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2 사물의 본질

①목이 달아난 석불은 나(정진규)다.

②목이 달아난 나는 원왕생가 부르며 이승과 저승을 드나들고 있다.

③목이 달아난 나는 직전(直前)것만 허락받았다.


3 단상

불교에 대해 워낙 아는 바가 천박하여 이 시를 읽으면서 ’원왕생가‘라는 제목에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인터넷에서 그 뜻을 찾아보니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노래라는 뜻‘이라 합니다. 신라 시대의 향가 중 하나입니다. 이걸 시체(時體)말로 기독교적으로 적용하면 ’주님, 나를 천당으로 데려가 주세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경산(絅山) 정진규 시인이 경주 박물관엘 간 모양입니다. 거기서 ’목이 달아난 석불‘이 줄을서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순간 경산 선생은 자신도 ’목이 달아나서‘ 몸뚱이만 한 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끝자리에 자신을 세웠습니다. 목이 달아난 석불과 경산 자신을 동일시한 것입니다. 그러니 경주 박물관이 경산 선생에게는 구원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이 시의 핵심은 ’목이 달아난 석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정확하게 알려면 불교 사상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어야겠으나 저의 지식은 겨우 들은 풍월만 얘기할 정도이니 제가 말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고백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서 목위와 목아래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목위는 이른바 육정(六情) 즉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가 작동하는 장소입니다. 다시 말해 목위는 오감(五感)과 마음을 통해 망상, 번뇌,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이걸 쳐내고 목이 달아난 석불이 존재합니다. 거기에는 노병사(老病死), 번뇌, 망상, 탐진치(貪瞋癡)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목이 달아난 생물은 무엇일까요? 저는 나무 혹은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는 오직 육신만이 있고 목이 없으니 나무나 풀은 번뇌, 망상, 탐진치가 없습니다. 나무나 풀은 육신이 바라는 대로 순전히 살다가 목숨이 다하면 허공으로 사라질 뿐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난관에 봉착한 것은 ’직전(直前)의 것만 허락받았다‘라는 행이었습니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저로서는 난감했습니다. 목이 달아난 석불 혹은 목이 달아난 경산이 ’직전‘어 얻은 것은 깨달음 혹은 열반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승에서 열반을 열망하는 중생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라고도 헤아려 보았습니다.

아무튼 경산이 목이 달아난 석불처럼 ’원왕생가‘를 부르면서 ’이 산천 저 산천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이끌고 온‘ 갸륵하고 고단한 인생살이를 넘어가서 해탈의 세계, 열반의 세계로 가기를 ’원왕생가‘ 노래처럼 간절히 원하니 청정한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4 외우면 좋을 시구

∙목이 달아난 내 몸뚱이 한 채

∙이 산천 저 산천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이끌고 온 갸륵한 소모消耗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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