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원래 낮부터 술 푼 짐승이었어 5
써놓은 지 오래된 동화가 있었어
예쁜 그림책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
하지만 출판사에 보낼 용기가 없었어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거든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문득 봤지
박보검이 열일곱 살 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자기가 직접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서 기획사에 보냈대
어머, 난 저렇게 예쁘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누가 막
길거리 캐스팅만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거 아냐?
박보검도 그렇게 용기를 냈다는데 내가 무슨
뭐 쪽팔린다고 망설이니, 내가.
그래서 나는 제일 좋아하는 어린이책 출판사에
엄마 없는 어린 여우를 위해 뜨개질을 해주는 할머니 이야기
동화 원고를 보냈어.
박보검 씨, 그런 일 있을까나 모르겠지만
언제 우연히라도 만나면 나의 첫 동화책을 그대에게 주고 싶네요, 고맙다고
용기를 낸 열일곱의 당신과 당신을 보고 용기를 낸 쉰 살의 나에게도
모두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