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박음질은 할 줄 아니?

소년들과 헝겊 토끼 인형 만들기 2

by 풀꽃

학교 동아리 '손바느질로 토끼인형 만들기'반 지원자가 자그마치 15명!

동아리반 정원은 20명이지만 그걸 꽉 채우는 반은 많지 않건만, 다섯 명만 와도 반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소수정예여도 좋겠다 생각했건만, 열다섯 명이라니!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 때 교실에 꽉 차게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 아직 종례 안 끝난 거니?(원 교실 학생들이 종례를 마치고 교실 이동을 하기 때문에)"

"아뇨!"

"그럼 너희 인형 만들기 반에 온 거니?"

"네~!"

"혹시 가위바위보에서 밀려 여기 온 사람?"

"없습니다. 저희는 진심으로 인형을 만들러 온 감성파입니다(어떤 중3 학생의 멘션)!"


토끼인형반에 자그마치 열다섯 명!

그렇다! 진심으로 인형을 만들러 온 학생들이다. 물론 친한 친구 따라 온 아이도 있을 것이지만, 첫 시간에 간단하게 홈질을 해볼 때 다른 동아리가 모두 돌아갈 때까지 열심히 바느질하는 모습들을 보니 모두 진심으로 여기 오고 싶어한 거 맞다.


그게 한 달 전이고 내일모레면 본격적으로 동아리 활동이 시작된다.

먼저 홈질, 박음질, 공그르기 등 기초 바느질을 익혀볼 것이다.

일단 1인당 필요한 물품은 - 연습용 자투리 천, 실, 바늘, 4b 연필, 가위, 자

유튜브에서 빌려온 영상 등을 가지고 만든 PPT를을 보여주며 바느질 연습부터 할 거다.


박음질도 못하는데 공그르기는 하려나?

박음질은 그렇다 치고 인형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공그르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오리엔테이션 때 보니까 바늘에 실을 꿸 줄도 모르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실 매듭을 지으라고 했더니 바늘 귀에 실을 묶은 학생이 둘이나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둠으로 앉으라 했더니 동그라미가 세 개 만들어졌고 내가 한 번 가서 가르쳐주고 오면 잘하는 친구가 모둠의 지도자가 되어 알아서 서로들 가르쳐 준다. 그리고 인형 만들기에 동참하기로 한 사서 샘, 상담사 샘들도 다음 시간부터는 와주시기로 했다.


KakaoTalk_20250421_144645651.jpg

기초 바느질을 대충 배우고 나면 박음질로 별모양 핀침 꽂이 키링을 만들어 보련다. 다리가 긴 토끼 인형 만들 재료들은 에코백 하나 분량의 준비물들이 필요하기에 이 핀침꽂이 키링을 이름표 삼아 에코백에 매달아야 한다.


대충선생이 완벽한 척하기

학생들과 하는 모든 작업은 내가 다 미리 해보아야 한다. 학습지를 만들어도 미리 풀어보고 듣기 평가 문제나 받아쓰기 문제도 꼭 실전과 같은 시간으로 해봐야만 한다. 인형 동아리도 별 침봉 하나를 만들고 매뉴얼을 만드느라 4월 한 달이 다 갔다고 하면 믿으시려나?

사실 별을 하나 대충 그려 바느질을 해보았다. 대충 했는데 멀리서 보면 예쁜 거 좋아한다. 꼼꼼한 것과 거리가 먼 성격이라. 하지만 그렇게 대충 했더니 바느질한 별모양이 자꾸 찌그진다. 결국 수학 공식에 맞춰 별을 그리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완벽하게 한 샘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름 띠를 만들면서도 얼마나 시행착오가 많았는지 모른다. 할 일 많은 4월에 나는 이런 짓을 왜 하고 있지? 언제나 내가 하는 일들의 70%는 안 해도 되는 일, 돈도 밥도 안 되는 일들이다. 수업도, 참고서 회사에서 나온 학습지로 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못 하는 성질이라 효용성은 떨어지더라도 재미있는 일을 한다. 동아리 두 시간 동안 영상을 틀어주거나 책을 읽히는 활동을 하면 별 준비 없이 편하게 두 시간을 보낼 수 있건만.....


모두들 응원하는 토끼인형 만들기, 재밌겠쥬?

하지만 옆에서 응원하는 많은 선생님들 말씀마따나 중2 중3 곰돌이 같은 소년들이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는 행운을 누가 누릴 수 있으랴, 그 귀엽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고 그들이 완성한 별들, 그들이 품에 안을 토끼 인형들,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 것이냐. 너무나 다행인 것은 내 주변의 가족도 동료도 그 누구도 참 쓸데 없는 짓을 한다고 핀잔 주는 이 없다는 것. 그들은 모두 "재미있겠어요!, 애들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토끼인형 꼭 전시해 주세요." 한다.

내일모레면 본격적인 첫 수업이다. 그때그때 소년들과 인형만든 이야기를 올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