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중장년 성장소설 - 김호연
김호연 작가님에 대한 애착은 ‘불편한 편의점’에서 시작되었다. 6학년 담임일 때 반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던 이 책을 읽고, 따뜻한 이야기에 끌렸다. 2편이 나왔을 때 더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전 북바이북에서 작가님을 만났다. 북토크 전에 읽은 신작 ‘나의 돈키호테’는 편의점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웠다. 추억을 끌어올리는 마력 때문이다.
남자들의 세계가 궁금했던 나는 첫 소설(작가에게는 두 번째)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드디어 읽었다. 책의 내용을 바탕 한 동명의 연극이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만화가인 영준은 망원동 옥탑방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의 만화책을 내던 출판사의 김 부장이 캐나다에서 가족과 살던 중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월세라도 나눠 낼 생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영준이 한때 만화 그리기를 배웠던 싸부 김인섭도 합류했고, 근처 고시원에 살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삼척동자까지 가끔 옥탑방에서 자고 가기 시작했다. 대책 없고 돈도 없는 남자 넷의 동거가 이어졌다.
조용히 작업할 공간이 사라진 영준에게 이들은 짐이었을 텐데도 술친구와 해장국 친구로 지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새로운 작품의 계약금을 받아 든 그는 탈출할 새로운 집을 알아보게 되고, 생활력 강한 선화를 만난다. 그 사이 김 부장은 시험에 떨어진 삼척동자와 아구와 콩나물을 섞은 해장국을 파는 일을 하고, 싸부에게는 좋아하는 여성이 생겼다. 몇 개월간의 동거를 끝내고 흩어진 망원동 브라더스는 처음보다 조금씩 성장해 있었다.
청소년의 성장소설은 읽어보았으나 반 중년 사내들의 동거와 성장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다. 술 냄새 푹푹 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답답하다가도 하지만 어느새 각각의 인물에 정이 들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연극을 보면 실망할까, 오히려 재미있다 느낄까? 언젠가 연극도 보러 갈 것 같다. 김호연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