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기록 생활 (신미경)
기록이라는 말에 끌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왔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아 늘 가던 곳이 아닌 서가를 찾아보다 발견했다. 도서관에 앉아 앞부분을 읽었는데 아주 오래전 나의 독서생활 초기에 많이 읽던 책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로 일본 작가들이 쓴 책이 많은데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더 친근감이 느껴지고 공감이 갔다.
가끔 딸을 비롯한 사람들이 나와 대화를 하다 보면 무언가 하고 싶어 진다는 말을 한다. 내가 무언가를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 미뤄 두었던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그랬다. 그래서 이런 책을 가끔이라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이분이 쓴 책이 더 있다는 걸 알고 나오기 전에 저자 이름을 검색해 두 권을 더 빌려 와 주말 동안 거의 다 읽었다. 윤택한 삶에 관한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의 성찰과 실천이 담긴 책들이었다. 한동안 바람직하지 못한 식생활과 경제생활 때문에 몸은 아프고 돈은 늘 없는 시절을 겪다가 자신의 몸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로 요리를 직접 해 먹기 시작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고, 나누며 심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 올 때 물건을 들이지 않기로 생각하고, 누군가 주는 공짜 물품들을 챙겨 오지 않는다.
이 책에는 특별히 기록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돈 정리를 위해 표를 만들어 가계부를 쓰고, 쇼핑리스트를 만들어 충동구매를 최소화한다. 과하지 않은 일을 골라 적은 돈을 나눠 살뜰히 저금한다. 단 하나의 카드와 하나의 은행 거래로 단일화하고, 빚은 절대 얻지 않는다. 알뜰살뜰하게 저축하여 크진 않지만 집을 장만하고, 그곳에서 혼자 정말 바람직하게 살고 있다. 일정을 일과표로 정리하고, 상비약과 몸 상태를 체크한다. 특히 줄자로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잰다고 한다. 옷을 살 때도 도움이 되겠지만 몸의 상태를 재기에 정말 좋은 기준이 된다.
그녀가 실천하는 것 중 가장 공감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녀의 취미생활이다. 피아노를 지금도 레슨을 받으면서 레슨 노트를 작성하고, 요가를 매일 하고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그녀의 생활을 보면 나와 주어진 환경은 다르지만 참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늦은 나이에 태권도에 입문하여 기록하는 나와 닮은 점이 있다. 지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비닐봉지 하나 덜 쓰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로 줄이고 싶어 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야채를 즐기는 그녀는 화장품도 한 가지만 바르는데도 얼굴에서 윤기가 난다고 하였다. 우리는 사실 너무 많은 물건을 쟁여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부가 예민한 나는 어느 게 맞을지 몰라 이것저것 써 보게 된다. 책에 ‘순비누’로 온몸을 씻는다고 나와 순비누를 검색해서 구입했다. 사실 바디 제품 중에 잘못 사면 가려워 끝까지 쓰지 못한 적이 많고 대부분의 물비누는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어 요즘 들어 비누를 다시 사용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여서 바로 실천했다. 머리까지 비누로 감을 자신은 아직 없지만 언젠가 도전해 보아야겠다.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렇게까지는 기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여기저기 저축하고 예금도 있고, 보험도 여러 개 있지만 한눈에 보이게 정리를 할 생각을 못했다. 아마도 내가 놓치는 부분이 많았으리라. 그런 면에서 이렇게 잘 정리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딘가에 기록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은 느꼈다.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가 대화를 하고 싶어서라는 말이 짠하다. 이렇게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가지만 늘 혼자라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고 아깝기도 하다. 워낙 1인 가구가 많은 요즘, 혼자 사는 것이 훨씬 편한 이들도 많이 있겠지만 좋든 싫든 서로 의지하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사는 것도 의미 있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1인 가구인 분들이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건강을 잃지 않기를. 요리가 귀찮고 시간도 걸리지만 저자처럼 그 자체를 기쁨으로 즐기며, 너무 많이 벌려고 애쓰기보다 덜 쓰고 덜 사며 느끼는 행복을 누리는 분들이 많기를 바란다. 그 첫 번째 사람이 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