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나이에 비해 철이 빨리 드는 사람들이 있다. 신미경 작가는 친구들에게 중늙은이 취급을 받을 정도로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커피나 술, 담배와 같은 중독성 있는 것들은 가까이하지 않고, 클럽이나 불금보다는 혼자만의 시간 갖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달라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 하긴 좀 그렇지만 이렇게 똑 부러지게 현명한 라이프스타일을 살면 적어도 시간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와 같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자기밖에 모른다는 평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나름 바르게 살아가는 분들이 주의할 점은 그렇지 않은 이들을 폄하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다. 부족함 투성이인 나도 책을 읽지 않고 세월을 낭비하듯 사는 사람을 보면 마음으로 내 시간은 아니지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 대상이 가족인 경우 자칫 잘못하면 비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분도 종이명세서를 없애고 이메일로 받자는 글을 썼다가 종이 명세서가 편한 분으로부터 공격적인 댓글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훌륭한 일을 실천한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깎아내려서는 안 되겠다.
요즘 사람들에게 화두가 되는 것이 '루틴'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매일의 습관 정도로 볼 수 있는 말일 텐데 왜 이런 것이 요즘 이들에게 가장 관심거리가 되었을까? 일상이란 내가 굳이 힘들이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들일 것이다. 소위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신경 써서 실천해야 일상이 된다. 내가 요즘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새벽 기상과 같은 것들이다. 오늘 바이올린 연습을 하면서 시작할 때 늘 하는 스케일을 비롯한 몇 가지 것들을 유튜브를 틀어놓고 보면서 했다. 수십 수백 번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것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생활은 보다 편리해질지 모른다. 세계 최대 도시락 회사 설립자 이승호 씨도 그의 저서 <돈의 속성>에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시간에 자는 '일정함'은 자신에게는 믿음을, 남에게는 신뢰를 준다고 하였다.
혼자 오랫동안 살아온 저자는 혼자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분도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졌는데 동물보다는 식물을 애호하는 것이다. 화분을 들여놓고, 예쁜 꽃을 사서 며칠 동안이나마 보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더라도 꽃을 사는 작은 사치는 아깝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음식에 대한 세 가지 자세가 인상적이다. 부족한 듯 먹는 것, 삼시 세끼만 챙겨 먹고 간식은 먹지 않는 것, 조금씩 담아 우아하게 천천히 먹는 것. 이런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살이 찔 수가 없겠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분은 참 독한(?) 면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남다른 삶을 살기 어렵다. 무언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하려면 약간의 독기는 필수다.
책을 읽다가 나도 저자처럼 창덕궁 산책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싶게 만드는 건 대단한 힘이다. 그런 사람들을 동기부여가라고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말미에 나오는 프랑스 퐁피두 전 대통령의 '삶의 질'이라는 글이 의미심장하다. 자유롭게 구사하는 외국어 하나,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하나, 다룰 줄 아는 악기 한 가지,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하나,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는 자세, 꾸준한 봉사활동. (219쪽) 돈이나 부동산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듯한 요즘 우리나라 풍토에 반짝이는 빛과 같은 내용이다. 이미 이것들을 모두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경제력만이 아닌 진정한 삶의 질을 논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