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자

다산의 마지막 질문 (조윤제)

by Kelly

제자들이 써서 전했다는 논어를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 책처럼 쉽게 풀이한 책들을 몇 권 접했다. 나는 이상하게 나이 드신 분들의 잔소리 같은 책들을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논어를 풀이한 책이 너무 유익하게 다가온다. 정약용 님은 내가 아주 존경하는 분들 중 한 분이고, 그가 쓴 잔소리 가득한 목민심서를 나는 사랑한다. 이 책은 논어를 즐겨 읽고, 남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했던 정약용의 기록을 다시 쓴 글이다. 공자의 말과 그것을 해석한 약용의 글, 그리고 그것을 옮기며 첨부한 지은이의 의견까지 삼중으로 전달된다. 같은 공자의 말도 해석하는 이들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시대를 거쳐 오면서 조선시대의 해석과 오늘날의 해석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시대와 사람을 불문하고 통하기에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늘 가르침과 배움의 자리에 있는 나에게 이 책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 오늘 수업 전에도 ‘말에는 그 사람이 거쳐온 삶이 담겨 있으므로 말을 한다는 것은 인생을 건다는 의미와 같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번 주도 말을 조심하자고 했고, ‘어른들이 알려준 지름길로만 다닌 아이는 훗날 아이에도, 어른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들어 독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고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반 아이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반짝 뜨고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도 나를 닮아 성현들의 잔소리를 좋아하는 게 아닌지.


아이들뿐 아니라 내가 마음에 새겨야 할 말들도 너무 많았다. 그중 인상적인 것이 사과에 대한 내용이다. 공자가 제자들 앞에서 실수를 했을 때 바로 사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자신의 명백한 실수에도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겸손이며 자신감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는 소인배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다른 이와 자신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인생은 속도 경쟁이 아니며 출발선이 다른 것에 좌절하지 말라는 말이 좋았다. 바이올린을 늦게 시작한 걸 후회할 때가 있는데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이 책에 있는 내용처럼 다른 사람이 한 번에 할 수 있는 걸 나는 백 번, 천 번 하며 실력을 갈고닦으며 배움에 힘써야겠다.


많은 글을 읽고 수많은 저서를 남긴 다산은 사람됨의 공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런 다음에 바른 뜻을 가지고 세상에 펼치라고 하였다. 자신만을 위해 축적한 학문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전 재산을 기부하고 얼마 전에 소천하신 장응복 장로님의 ‘배워서 남 주자, 벌어서 남 주자’는 구호가 떠오른다. 남을 돕기를 즐기는 우리 반 아이들만 보아도 공자의 가르침을 자신도 모르게 이미 실천하고 사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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