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여인)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요즘 이런 그림이 들어있는 가벼운 책들을 찾아 읽는 걸 보니 많이 분주하긴 한 모양이다. 진득하니 앉아 두꺼운 문학작품을 읽고 싶지만 할 일 많고 바쁠 때는 이런 책을 읽으며 그야말로 힐링을 한다.
젊은 싱글 여성인 저자는 고향인 김천을 떠나 서울의 해방촌에 살고 있다. 가보지 않아 사진을 검색해 보니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경치 좋은 곳이다. 지척인 남산에 자주 오를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단다. 타고난 집순이인 그녀는 외출보다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귀엽게 살고 싶은 그녀의 바람처럼 산에서 나뭇가지도 줍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구경하다가 사고 후회하기도 하며 귀여운 산책이나 쇼핑을 한다.
작업실에서 키운 무화과 열매로 잼을 만들어 아껴가며 먹고, 된장찌개 같은 요리도 하며, 차도 즐긴다. 고등학교 친구와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사랑하는 이도 있지만 혼자 사는 집에 들어와서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외로운 걸 참기는 힘든 이름처럼 귀여운 오리 여인.
원래부터 이렇게 유유자적 여행하며 여유롭게 사는 삶을 살았던 건 아니다. 일러스트 작가로 고향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전시회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팔로워 많은 SNS 활동가이기도 했지만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바쁜 삶을 내려놓고 경제적인 부담에도 여행도 하고, 덜 바쁜 생활을 택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쓴 책들 인세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이런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환경에 있지만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창으로 나무와 산을 보고, 조그마한 텃밭에서 키운 것들로 밥을 지어먹고, 밤에는 별과 고요함만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단지 그녀의 꿈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지만 수시로 연락하고 서로를 걱정하며 정을 나누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들어있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는다. 어렵게 쓴 글을 날리고, 다시는 똑같이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며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우리들의 모습, 각자의 소중한 물건을 누군가에게 뺏기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여린 마음, 어느 때는 소심함 가득하고 어떤 때는 나에게 이런 면이 있나 싶게 용감하기도 한 나 자신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7474338
https://www.youtube.com/watch?v=m3khc1V4K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