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길을 만든 사람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권일용 & 고나무)

by Kelly

소설 쓰시는 지인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범죄소설을 쓰고 계시는데 요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셨다. 프로파일러에 대한 수업을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사건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해도 너무 끔찍한 일인데 어떻게 늘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일하시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심리를 몇 가지 증거들을 가지고 알아내는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알려진 권일용 님을 비롯하여 같은 일을 하셨던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학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머릿속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가신 분이다. 경험이 쌓여 가면서 범죄자의 범위를 점점 좁힌다. 그러기까지 가정보다 얼마나 일에 매달리셨을지. 그리고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것 같은 피해자들의 사진과 상황들을 늘 접하면서 마음을 담아서는 일을 오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피해자를 대할 때 사물로 보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고 했을까? 실제로 한 여성 프로파일러는 몇 년 후에 그만두고 관련은 있지만 전혀 다른 직종에 근무하고 있다. 감정이입을 잘하는 사람들은 프로파일러 일로 인해 스스로 망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쇄살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작된 역사가 짧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들 외에도 처음 듣는 이름과 가명도 있었고,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건들도 등장한다. 연속살인은 보복심리로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을 해치는 것이고, 연쇄살인은 중간에 냉각기를 가지는 것이 차이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영화나 소설의 모티프가 된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일들을 하는 분들이 계셔야 우리가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신 권일용 님을 비롯한 관련 직업 종사자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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