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그럴 줄 알았다. 믿은 내가 바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마
나의 첫 글을 읽은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제 이 부부는 아름답게 잘살겠구나.
대부분 동화의 결말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삶은 지속되고 사람은 실수를 반복한다.
A.I처럼 한번 정한 디폴트 값이 지속되면 좋으련만 우리의 삶에는 비가 내렸다가 해가 났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흐렸다가 이 모든 게 한꺼번에 왔다가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진다.
사람이 예민해질 때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잠을 못 자거나 배가 고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햇볕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없거나 등등.
내가 이 사람한테 화내기 전에 이 다양한 이유를 체크해 본 뒤 '아 내가 화를 내는 게 정당하구나'하고 화를 내진 않는다. 같은 행동, 같은 말일지라도 내가 컨디션이 괜찮을 때와 괜찮지 않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우리 부부는 신생아와 예민쟁이 5살 딸을 육아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남편, 나 둘 다 예민한 상태이다. 우리 부부의 사이가 개선될 수 있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한들 우리는 부처가 아니기에 깨달음은 금세 잊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예민해지고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남편을 다시 사랑해 보겠다고 다짐한 지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믿었기에 배신감은 두 배가 되어 더 서러웠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왜 그 말을 안 꺼내나 했다. 그냥 기대 없이 사는 게 편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한다.
이전글에 썼듯이 나는 남편과 다시 사랑해 보기로 했다. 최대한 참고 좋게 대화를 하려 했고 어찌어찌 대화를 끝내고 밤에 자려고 누우니 그제야 눈물이 났다.
억울했다. 남편은 날 생채기 냈는데 나는 큰 싸움이 안되게 하려고 참고 최대한 좋게 대화하려고 했다.
왜 나만 참아? 화가 부글부글 했다. 왜 저딴식으로 말해? 너무 속상했다. 지금이라도 문을 벌컥 열고 왜 그런 식으로 말했냐고 따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남편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 모습에 더 화가 났다. 화가 난 티를 내며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저녁에는 시간이 지난 후라 화가 조금 누그러진 상태지만 그래도 화가 난 티를 냈다. '얼른 미안하다고 말해. 안 그러면 계속 단답으로 대답할 테다' 나의 마음의 소리가 들렸는지 남편은 사과를 했다. 나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사실 사과만 잘해도 크지 않은 부부싸움엔 쉽게 누그러드는 것 같다. 마음이 완전히 풀리진 않았기에 해학적으로 남편한테 섭섭했던 마음을 표현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다퉜지만 나는 우리 부부의 싸움의 기술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남아있던 애증, 애정을 배팅해서 떡상했다.
몇 년간 하락장이었는데 재밌게도 위기로 인해 상승장으로 바뀌었다. 마치 코로나가 지속될 때 주식이 흥했던 것처럼 말이다.
인생 참 알 수 없다. 그러니 밑져야 본전인 것은 무조건 해보자. 봄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겨울 같던 당신의 부부관계도 개선될지도 모른다.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계속 싸울 예정이다.
그리고 화해할 것이다.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