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차렷 자세로 양 옆에 착 붙이고 당신보다 훨씬 큰 나를 향해 얼굴을 치켜든 채 대답을 재촉하는 여든다섯 살 어린이..
“완벽해요! 어머니!”
과한 액션으로 엄지 척! 을 해드리면 그제야 깔깔 웃으며 주간보호센터 미니버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신다.
치매 주간 보호센터를 문화센터로 알고 매일 유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시어머니는 이제 내게 늦둥이 딸이 되셨다..
머리를 빗기고 예쁜 옷을 입혀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시어머니가 귀여운(^^;) 딸이 되기까지는 꽤 지루하고 힘든 날들이 대 여섯 해쯤 이어졌다.
이런 나의 형편을 아는 사람들이 치매가족이 생기면 이것저것 물어본다. 나의 그 어렵던 날들처럼 같은 어려움을 잔뜩 짊어지고..
그럴 때면 첫아이를 낳고 육아정보에 목말랐던 때가 떠오른다. 아이가 젖을 잘 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젖 뗄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못된 행동은 어떻게 가르치고 칭찬할 땐 어떤 방법이 좋은지..
하나부터 열까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초보 엄마 시절..
나와 똑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양육법을 적용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저기 열심히 찾아 헤맸고 어쩌다 비슷한 케이스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내 아이만 유별난 건 아니구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뿐인가! 이른바 '육아 꿀팁'을 득템 하게 되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 새 힘이 솟아났다.
이것이 시어머니의 간병 과정을 공유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이유다.
치매 간병도 육아와 매우 닮았으니까.
처음 치매진단을 받은 후부터 어머니를 멀리서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애태운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기록해두지 못해 아쉽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기억을 정리하고 나에게 유용했던 간병 방법을 나누고 싶다.
못하겠다고 발버둥 치다가도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다시 돌봄 태세를 가다듬는 치매환자 가족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내 등을 토닥이며 무어라도 돕고 싶어 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또박또박 기록해보려 한다. 참을성 없이 분내기 바쁜 호랑이 며느리의 허리를 감싸며(키가 컸다면 내 어깨를 감싸주셨을 텐데^^) 매일 '새롭게' 고맙다고 도닥여주시는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들을..
보랏빛 색연필로 눈썹을 진하게 그리고 브로치는 머리에, 헤어핀은 옷에 용케 꽂은 채 '센타 차'를 기다리시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