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첫 눈썹 문신을 했다.
일종의 야메로,
시술사가 동네 여인들을 죄다 모아 우리 집 거실에 차례대로 눕히고 한 명씩 눈썹을 그려주는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면도칼 같은 걸로 일일이 가느다란 흠집을 내고 거기 잉크를 넣는 식이어서
고작 크림 좀 발라 마취하는 걸로는 택도 없는
고통이 따랐다.
나는 그때 막내여서 제일 늦게 시술 받았던 터라
마취가 제법 잘 되어 통증이 없었는데
내 앞의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눈썹에서는 피가 흘러
시술사는 그걸 계속 닦아냈고
생살에 칼질을 할 때마다 여인들은 움찔거렸다.
게다가 짱구처럼 숯덩이를 만들어 며칠은 그 상태로 보낸 다음
끔찍한 리터치 시술을 또 그만큼 받아야 했는데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칼질을 당하는 게 몹시 고통이었다.
그래도 문신은 제법 잘 되어 오랫동안 잘 있었다.
이제 다시 문신이 흐릿해져서
내 인생 두 번째 눈썹 문신을 받았다.
그때의 고통 때문에 한참을 미루었는데
기술이 좋아져서 예전 같은 고통이 없다고들 했고
그건 정말 그랬다.
징~~소리 나는 기계로 뚝딱뚝딱 했는데
그날 밤에 부위가 좀 우릿한 거 외에는
살이 저며지는 고통이 없었다.
비용은 24만 원이었고 리터치 포함인데
싼 곳은 15만 원에도 가능하다고 했다.
비싸다고 특별히 더 나은 건 모르겠고
시술사가 내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무슨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이
(시술사도 미대생 앞치마 같은 걸 메고 있어서 더욱)
내 눈썹을 그려놓고 거울로 보라고 하는데
너무 웃기게 생겨서 민망했다.
건축 도면 그리듯이 자로 재면서 신중하게 그렸지만
뭐랄까,
이게 맞나 싶은 그림이었다.
평행이 맞는지를 나보고 판단하라고 해서
그건 좀 황당했다.
님이 전문가시잖아요...하고 싶었지만
극I인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수백 명 문신한 사람이 판단해야 할 일을
내게 책임을 미루는 느낌이랄까.
시술사는 덧붙였는데,
만약 평행이 안 맞더라도 그건 내 얼굴이 비대칭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
할 말이 없었다.
시술 침대가 따뜻해서 노곤노곤해졌고
눈썹은 제법 잘 되었는데
인스타용 사진을 찍을 거라고 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극I라 하지 못했다.
눈썹 아래는 가려주었지만
카메라가 셔터 소리나 찍히는 음이 전혀 안 나서
좀 기분이가 나빴다.
눈썹뿐이지만 내 초상권...싶기도 했고..
누군가의 상업적인 용도에
한 터럭의 털도 쓰이고 싶지 않은 게 진심이었다.
나..내 돈 다 내고 시술 받은 건데
깎아준 것도 아니면서...
사진을 왜 찍어요...하지 마요..하고 싶었다.
그리고 매년 다시 받아야 한다는데
그게 무슨 문신인가 싶다.
비싸지고
고통이 사라진 대신
효력이 짧은 문신.
일 년 동안은 눈썹 그리지 않아도 되는
하루 2분 절약의 값치고
적정한 건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