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셰퍼 소설.
쫓기듯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흘려보내고 있는 순간, 잠시 머문 초록색 바람, 그 바람 덕에 한번 숨을 크게 들이켜고 그날의 향기를 맡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나 스스로 그렇게 나의 용기를 평가 절하 하고 철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묵살하며 도전하지 않고 관습에머물러 지켜내야 한다고 외면한다. 하지만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잠깐 멈추고 커피 한잔 건네는 듯한 이야기.
가끔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의 찰나의 순간이 엮여 행복함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기 위한 시간을 갖게 해주는 순간을 깨워준다.
매번 같은 일상, 하지만 그 일상이 소중하지 않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저 너무나 일상적이기에 하루하루를 망각하기 쉬운 삶 속에서 우리는 가끔 일탈을 꿈꾼다.
그 일탈은 용기와 함께 현실이 되지만, 어른이라는 이름은 용기라는 단어에 호의적이지 못하다.
어린 시절 우리는 용기라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들을 습득한다. 그렇게 용기를 장착한 어른은, 삶에서 정작 용기를 내어 실행하는 일은 드물다.
취기 어린 행동, 도발, 오지랖, 일탈, 객기라는제가 용기를 퇴색시키게 된다.
주인공 또한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단 한 번의 용기가 만든 세상에 헤엄치면서 일어나게 되는 순간들을 통해 삶을 되짚어 보고 깨닫게 된다.
►‘마치 인생이라는 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끝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라는 듯이’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소소한 모험을 시작했고, 그 시작은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의 한쪽짜리 장면이었다.
그렇게 용기 내어 행동하기 위해 준비 자세만 취했을 뿐인데 동조자이자 도우미가 등장했고, ‘함께’ 그 순간의 계절에 빠졌다.
►’우리 두 사람의 삶은 이보다 더 다를 수 없을 만큼 서로 달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부엌에 온전히 존재했다. 그날의 계획, 그리고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저 멀리 있었다.’
그 계절은 벅차올랐고, 공감했고, 나른했으며, 게으르고, 감각적이었다. 젊었고, 찬란했고, 도발적이었으며, 따스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 보고, 그 이야기를 듣는 ‘너’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한다. 나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치유되고, 너의 고난에 대해 들으며 위로하며 같이 아픔을 공감한다.
►‘나는 시공감 감각을 모두 잃었다. 우리는 이야기하고 , 침묵했다.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었다.’
감자밭으로 가는 길은 울타리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마음을 자유롭고 느긋하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흥미진진한 순간이지만 그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그것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따스함. 봄날의 오후 2시의 햇살에 초록의 그늘 밑의 빛이 나뭇잎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함이 이웃들에게 퍼져 나가는 사람. 그 사람이 가진 평범함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순간들을 경험하는 주인공은 마치 동화 속 비 현실감을 느끼며 현실 속에서 그들을 마주하게 된다.
►’ 나는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세상의 중심에 서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요… 맑은 공기 속에서 매일 똑같이 평화롭게 해나가는 일들이 나에게 평온과 확신과 힘을 주었어요.’
잠시 동화 속에 머물렀는 줄 알았는데 그건 동화가 아니라 꿈속이었다. 그런데 그건 또 꿈속이 아닌 그가 만든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서의 한 끼의 식사는 나를 풍요롭고 탐욕적으로 만들었다. 갈망했고, 그 갈망을 채우며 흡족함에 행복했다.
►’ 전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근육을 쓸 때처럼 인내와 절약과 결핍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요. 모든 것이 언제나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는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특히나 소중하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꿈을 버린 것 같았다..’
진실한 관심의 힘. 평가하는 일 없이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의 힘. 그것이 만들어 내는 변화. 나 스스로의 변화라고 느끼는 변화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에게서 흘러나온다.
오후의 달콤한 늦잠 후 마시는 커피와 같은 시간들은 조금 더 나를 활짝 열게 만들고, 그 여유는 당신에게 흘러 들어가 본연에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 주인공처럼 핸드폰이 내 곁을 차지하고 날 소유하고 구속하고 속박하며 그에게 휘돌려 나를 잃고 그의 삶에 맞춰 휘말리고 있지 않는가..?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을 나와 동행하는 휴대폰… 내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일까?
►’ 내 감정은 안정되어 있지 않고, 불안정하고 늘 뭔가에 쫓겼다. 나는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내면화된 속박에 내몰리곤 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어둠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고, 그 어둠을 직면하게 된다. 무의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대개 이것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마치 뱃속에 회충이 있는 것처럼 거부하고 없애버리기에만 몰두한다. 무의식은 ‘혹’이나 ‘회충’ 이 아니라 ‘샘물’ 같은 것이다. 그곳에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향하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 그것은 방어해야 할 위험한 충동이기보다는 체험하여 의식의 것으로 동화해야 할 것이 들이다.
►’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던 여자와 완벽하게 낯선 세상에 던져져 있었다.’
►’ 지금 여기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새로운 인생이 주었졌다는 건 기적에 가까워요, 나는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발밑에서 숲길이 느껴지고 물냄새가 풍겨온 뒤에야 오늘 하루의 크기가 온전히 느껴졌다. 우리가 나눈 대화가 너무나 특별하고 감동적이었기에 하루 종일 다른 세상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은 오늘 아침 호수에서 수영해 보자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따라왔다가 우연히 바르 들여놓게 된 카를의 세상이었다.’
그 세상속에서 더 헤엄치고 싶은 마음과 어른이라는 이름이 씌워 놓은 프레임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 라는 이름의 방어체계가 작동하는 것에 대해 눈 감고 벨을 눌러 버리고 기다리는 1초 2초동안 잠수하듯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지만, 양팔을 활짝 벌려 상냥한 마음을 활짝 들어냈을때 그 물속이 햇살이 따스히 비추는 안전함을 느낀다.
그렇게 나의 성공과 실패, 도전과 패배, 그 속에서 얻어지는 나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안에서 찾게되는 인생의 철학.
►’진짜 기쁨이 갑자기 꾸며낸 기쁨이 되어버렸다고, 운동이 나를 더 당당하고 강인하게 만든것이 아니라 여리고 예민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제 더는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혼자 경기장에 서있기 싫다는 것을..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이기고 함께 지는 집단을 열망했다는 것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 내 마음을 진단하는 데는 몇주가 걸렸고, 그 동안 나를 확인할 정비소는 없었다. '
►’생각해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 어디서 왜 사라졌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놓쳐 버리는 꿈들이 있어요. 사무실에 앉아서 탈출을 꿈꾸는 탁월한 플로리스트, 무용수, 마술사가 이 땅에 얼마나 많겠어요? 재능이 많지만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 말이에요.’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놓친 것들, 인생 전부를 걸었지만 발견되지 못한 꿈들, 찾아 내지 못한 꿈들이 숲속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데, 그 숲속을 거닐 생각 조차 못하는 삶속에서 단지 거기에 있다고, 그곳을 잠시 거닐다 갈 생각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달콤한 꿈처럼 느껴지는 이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계절들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의 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되었다. 그의 손은 외적인 특징 뿐 아니라 내면의 태도도 보여줬다. 엄지는 뭉툭한 편이었고, 손바닥은 정사각형이었다. 다른 사람의 손과 차이를 만드는 것은 깊은 주름과 두드러진 굳은살, 눈에 띄눈 흉터와 손톱 밑 때였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손에 직접 거머쥐는 게 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
이렇게 나는, 당신이 만든 세상을 넓혀 나의 세상까지 이어, 그렇게 내 세상 안으로 확장된 너의 세상과 만났다. 그렇게 만난 너와 나는 같은 계절을 공유하고, 그렇게 스물 다섯번의 계절을 함께 이어나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그 언젠가는 언제나 지금이다.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용기는 언제나 도움이 되지만 불안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 그렇게 가슴 한켠에 샘물처럼 맑게 지켜내고 싶은 마음으로 도망치고 싶은 이야기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이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나의 눈을 바라보고 따스함을 전달하고 온전히 나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 그게 꼭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내 스스로가 제일 냉정한 친구일것이다. 나를 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척하고 평가한다. 그렇게 나의 용기를 스스로 평가 절하 하고 철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묵살하며 도전하지 않고 관습에머물러 지켜내야 한다고 외면한다.
하지만 나를 나로 받아들이고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 그 숲속에 갇혀 있는 세상을 열어주면 나는 나로서 풍족해지고 만족스러워 지지 않을까?
누구나 겪는 어려움은 이미 지나갔다. 어려움 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곧 닥쳐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난 살아있다. 그렇게 나로써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 그 마음속에 꿈을 품고 있다면 어떤 파도가 몰려와도 버틸 힘이 생길 것이며 그 파도를 뛰어넘은 경험이 곧 내가 되어 단단해 지게 만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