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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06. 2023

졸혼을 살짝 꿈꿔봤다 …

꿈꾸는데 돈 드나?    엄마가 자주 하셨던 말이 떠오르며 나는 조용히 졸혼을 꿈꾸고 있다.  물론 엄마가 말한 꿈은 이런 꿈이 아닌 멋지고 활기찬 미래였겠지만 말이다.  


어느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결혼 생활이 늘 꽃길만 있었고 행복이 충만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결혼 생활 30년이 다 돼 가는데 돌아보면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감정을 눌러가며 다른 식구들을 위한 배려가 먼저였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헤어지면 안 된다는 나 혼자만의 신념으로 버티고 살았다. 이제는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막상 그때가 오면 또 아마도 나에게는 결혼 생활을 버텨야 할 다른 이유가 생길 것이다.  손주가 태어난다든지, 이제는 몸이 약해져서 남편과 의지하고 살 수밖에 없다든지 등등 말이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 남편의 까칠을 받아주고 싶지가 않다.  아이들이 휴가를 맞아 집으로 와서 함께 지내는 시기에는 중간에서의 내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하는데 그게 하기 싫다.  이쪽저쪽 눈치 보며 비위를 맞추고 가족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제는 너무 피곤하다.  어쩌면 남편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늘 자기가 참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남편과 나는 코드가 잘 맞는 편이라 둘이 있으면 재미있고 대화도 잘 통한다. 여기저기 놀러도 잘 다니고 어려운 일도 함께 잘 이겨내 왔다. 우리보다 더 잘 맞는 커플이 있을까 싶을 때도 많다. 바로 저번 주말에도 즐겁게 캠핑을 잘 다녀왔다.  그러다가 또 사소한 일로 남편이 욱 ~ 한다. 이런 쳇바퀴가 이젠 놀랍지도 않다.  예전 같으면 풀어주려고 내가 먼저 노력했겠지만 이제 그게 하기 싫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꿈꾸게 된다.  이 결혼을 졸업하고 싶다고...  나도 이제 편하게 나 혼자 살고 싶다고...


진짜로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괜찮다.  남편과 싸우고 기운 없고 힘들 땐 이 생활이 영원히 끝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보다는 언젠가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쉽다.  생각뿐일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된다.


작은 전망 좋은 아파트의 테라스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 하는 나를 그려본다. 눈치 보며 비위를 맞춰야 할 사람도 없고 아무 방해도 받지 않으며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삶을 산다.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해 먹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지 않는가?  


며칠 후면 스르르 풀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기분 좋은 일상을 살겠지만 일단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일탈의 쾌감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혼자 나만의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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