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SEEZAK 26W15:머스크와 스트라우벨

by seezak

일론 머스크를 보면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내는 슈퍼맨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언론에서는 머스크가 전기차를 만들고, 로켓을 쏘아 올리는 뉴스를 다룰 때 오직 머스크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거대한 성취의 무대 뒤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테슬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주에는 테슬라 초창기부터 15년간 회사의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 온 엔지니어, J.B. 스트라우벨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image.png 머스크와 스트라우벨




실패한 제안


2003년, 스탠퍼드 출신 엔지니어 JB 스트라우벨은 일론 머스크와의 점심 자리를 어렵게 잡습니다. 그가 제안하려 했던 것은 전기 비행기였습니다.


당시 머스크는 비행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화가 자동차 쪽으로 흘러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스트라우벨은 자신이 연구해 온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과, 수천 개의 소형 셀을 엮어 전기차에 실질적인 주행거리를 부여할 수 있다는 구상을 꺼냅니다. 머스크는 이미 전기차를 미래 교통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점심이 끝날 무렵, 머스크는 그 자리에서 수표를 써 줍니다. 이후 머스크는 스트라우벨을 마틴 에버하드, 마크 타페닝에게 소개하는데, 두 사람은 얼마 전 테슬라 모터스라는 작은 회사를 막 설립한 상태였습니다. 스트라우벨은 이듬해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합류합니다.


그렇게 실패한 제안 하나가 오늘의 테슬라를 만든 파트너십의 시작이 됩니다.


image.png 2004년 개인 작업 중인 스트라우벨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베팅


2003년 당시, 리튬이온 셀은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들어가는 부품이었습니다. 이것을 자동차 배터리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자동차 업계에 없었습니다. 셀은 작았고, 열 문제는 현실적이었으며, 수천 개를 묶어 스케일링한다는 것은 스트라우벨의 표현을 빌리면 "완전히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은 하나같이 이 기술을 검토한 뒤 돌아섰습니다.


스트라우벨은 달랐습니다. 스탠퍼드에서 배터리 화학을 연구해 온 그는, 팩 설계만 제대로 하면 수천 개의 소형 원통형 셀로 주행거리, 냉각, 비용 구조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업계의 상식과는 정반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 확신이 머스크의 비전에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합니다. 전기차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범용 리튬이온 셀로 구성된 모듈형 배터리 팩이라는 기술적 토대가 생긴 것입니다. 이것이 테슬라를 당시의 다른 모든 전기차 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든 베팅이었고, 그 베팅은 오로지 스트라우벨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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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의 헌신


스트라우벨은 테슬라의 CTO로 15년간 일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하고,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가팩토리의 개념을 구상하여 모델 3 양산까지 이끌었으며, 슈퍼차저 네트워크와 파워월, 파워팩을 총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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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공백


머스크는 비전을 제시하고, 불가능한 마감을 설정하고, 세상의 이목을 끄는 데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비전만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과열되지 않는 배터리 셀,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망, 제때 돌아가는 공장. 누군가는 비전을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머스크가 혼자서는 채울 수 없었던 그 자리를, 스트라우벨이 15년간 스포트라이트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채웠습니다.


전 동료들은 스트라우벨을 "스포트라이트를 기꺼이 양보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장 시끄러운 목소리로 정의되는 회사 안에서, 그는 조용한 쪽에 서서 '이것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에 집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머스크와 일한 경험에 대해 스트라우벨은 이렇게 말합니다. 머스크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비전이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완벽주의자이고, 함께 일하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스트라우벨은 2019년 7월 테슬라 CTO직에서 물러납니다. 그 분기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해 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2003년에 그 점심을 함께 하지 않았다면,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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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클럽 리뷰


크리에이티브 북클럽
격주 수요일 오후 8시
강남

수요일 크리에이티브 북클럽은 시즌 1의 마지막 모임을 가졌습니다. 8주간 『호모 파베르의 미래』를 읽으며 AI 기술과 디자인 실무의 미래, 유전공학,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화를 이어왔고, 마지막 세션에서 멤버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도덕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도덕이라는 것은 어떤 도구나 시스템보다 훨씬 이전에, 가정(가족)이라는 공간과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 피드백 클럽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강남

목요일 디자인 피드백 클럽에서는 정보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사람들이 온라인 콘텐츠(아티클, 뉴스레터, SNS)에는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기회(1:1 미팅, 컨퍼런스, 식사 자리)에는 높은 비용을 기꺼이 내는 현상을 살펴보았습니다. AI의 발달로 디지털 정보의 양과 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온라인 정보 가격의 성장세는 예상과 달리 완만할 것이며, 대면 교류의 프리미엄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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