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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May 28. 2023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슬픔의 삼각형>

 비 오는 주말의 영화 관람은 일상생활에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이다. 영화를 잘 아는 아들에게 볼만한 영화가 무언지 물었다. <범죄도시 3>과 <슬픔의 삼각형>을 추천했다. <범죄도시 3>은 개봉일이 아직 남아 예매만 하고, <슬픔의 삼각형>을 보기로 했다.


 저녁 7시 40분 상영이니 영화를 보기 전 맛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부부가 영화를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영화와 식사의 1+1로 눈과 함께 입을 즐기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꽤 굵은 비가 내리는 토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우산을 받쳐 들고 극장 근처 맛집을 찾았다. 자주 가던 간이 일식집에서 초밥을 시키고 곁들여 어부들이 새참으로 즐긴다는 서더리탕을 주문했다. 얼큰한 탕 국물은 비에 젖은 몸을 기분 좋게 데워주었다.

 

 <슬픔의 삼각형>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2021년 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음 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주인공은 스웨덴 감독인 루벤 외스틀룬드이다. 당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경쟁하여 관심을 끌었다. 화장실 변기가 역류하며 솟구치는 <기생충>의 명장면은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볼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오마주인 것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답을 주었다. ‘슬픔의 삼각형’은 얼굴을 찌푸릴 때 미간 사이에 생기는 삼각형 주름을 뜻했다. 미간의 주름은 즐거울 때나 행복할 때 생기기보다는 그 반대의 감정에서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제목이 암시를 주는 셈이다.


 <슬픔의 삼각형>은 칸 영화제 기간 동안 비평가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영화를 좋게 본 비평가도 극찬하며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예측한 반응은 거의 없었기에 깜짝 수상이었다고 한다. 21세기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평론가별 가중치를 부여한 메타크리틱 점수가 가장 낮으며, 로튼 토마토 역시 관객점수 68로 평론가, 관객 모두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은 영화이다.


 영화는 일상사회에 던져진 민감한 주제들, 젠더와 계층, 그리고 인종 간의 갈등이나 문제들을 녹여내고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의 ‘슬픔의 삼각형’이 현시대를 사는 인류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일일 터이다. 감독은 <슬픔의 삼각형>에서 성차별, 계층 간 차별, 인종 차별 등에서 편견을 제거하자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신념을 잘 드러낸다. 아마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도 이 점을 높이 평가했을 터이다.


 극장을 나오면서 아들에게 카톡으로 <슬픔의 삼각형> 보고 나오는 길이라고  알려주었더니 질문을 했다.

 “오! 비위 좀 상하셨나요? ㅋㅋ”

 변기의 역류장면이나 토하는 장면이 좀 과장되게 표현된 것이 신경 쓰여 한 말이었다.  아내가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서양 버전의 <기생충>을 본 느낌이야.”

 <슬픔의 삼각형>은  아내의 말대로 <기생충>과 <타이타닉>을 결합한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의 스토리는 짜임새가 있고 해학과 풍자로 중간중간에 쿡쿡 웃음이 터진다. 탁월한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 층별로 계급이 나눠진 호화 크루즈 군상들, 섬에 표류한 사람들끼리 계급의 전복, 마지막 엔딩 장면 등......

 

 영화 포스터에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가장 웃긴 영화’라고 되어 있으나,  황금시간대인 주말저녁의 작은 객석을 할애한 영화관이었는데도 객석은 4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이 영화의 세계적 흥행이 궁금했는데, 아들의 말로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상업적 성공을 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도 독창적이고 대담한 시도를 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다수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면 한국영화가 다양성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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