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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Oct 27. 2023

극장에서 만나야 할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영화는 백인들에게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을 잃고 쫓겨간 황무지에서 석유가 나와 벼락부자가 된 아메리카 원주민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유명한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 출연하여 대단한 연기를 선보인다. 스콜세지는 금년에 81세가 된다. 56년 동안 감독을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포함하면 이 영화는 43번째 작품이다.

  

 세 영화를 동시에 저글링

 영화는 디카프리오가 소설을 읽고 스콜세지 감독에게 달려가 두 사람의 여섯 번째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스콜세지 감독은 일본의 예수교 탄압 속에서 고뇌하는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침묵(사일런스)>의 후반 작업이 한창이었고 심지어 대형 프로젝트인 <아일리시맨>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시기였다. 


스콜세지 감독은 <아일리시맨>을 만들면서 동시에 이 영화에 대한 촬영 장소를 헌팅하여 정하고 세트도 지어 <아일리시맨> 영화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촬영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져 영화 제작은 곧바로 중단되었다. 2021년 봄이 되어서야 영화촬영을 개시하였고 후반작업을 마쳐 금년에 칸 영화제에 공개할 수 있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무기, 스토리보드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화면을 미리 눈에 그릴 수 있고 카메라의 위치를 상정해 볼 수 있게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렸다. 스콜세지는 ‘스토리보드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택시 드라이버>와 <레이징 불> 등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스토리보드로 그려 감독이 상상한 장면을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봉준호 감독, 그리고 금년에 영화 <잠>으로 데뷔한 유재선 감독과 통한다. 


 엄청난 제작비 투자, OTT가 아니었으면 가능했을까?

 이 영화는 거액의 제작비가 들었다. 스콜세지는 애플에게 제작비 2억 달러를 투자받아 손익분기점 스트레스 없이 영화를 마음껏 찍었다. 마블영화도 아닌 영화에 OTT가 아니었다면 쉽게 거액을 투자받기 어려웠을 터이다. 스콜세지가 스스로 밝힌 대로 ‘간섭을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후원을 받는다면 (OTT가) 감독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 그대로다.


 긴 상영시간,  괜찮은가?

 영화는 백인들이 원주민을 가축처럼 대하는 불편한 스토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운다. 그럼에도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 26분이나 된다. 보통 영화 두 편 보는 시간보다 길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을 하며 스토리를 따라갈 캐릭터라도 있으면 한결 나을 텐데, 그런 호사는 찾을 수 없다. 그러니 절대로 OTT로 보면 안 될 영화다. 집에서 보면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을 터이다.  화장실에 가거나 간식을 먹기 위해 최소한 2번 이상을 끊어서 보게 되리라. 그런 의미에서 OTT만이 아닌 극장에서도 볼 기회를 얻은 것은 관객에게 행운이다. 


관객의 눈높이에서 편집하여 2시간 반 정도의 영화 길이로 만들면 어땠을까? 감독 스스로는 모든 장면이 소중하여 한 컷도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믿을만한 편집인에게 맡기면 1시간은 아니더라도 타협하여 최소한 30분은 충분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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