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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운 Oct 26. 2021

넷플릭스는 영화 산업을 망치고 있는가

영화관과 방구석 넷플릭스 사이

나는 Z세대로, 흔히 말하는 “요즘 젊은 애들”이다. 자라면서 OTT서비스와 유튜브의 급상승세를 겪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넷플릭스와 왓챠를 잘 애용하며 영화와 드라마를 밥 먹듯 봤다. 요즘 세대에게 영화란 꼭 영화관에 가서 두 시간 동안 관람을 체험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친구랑 팝콘먹으면서, 자기 전에, 휴대폰 하면서, 버스 타고 가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문화가 됐다. 영화의 공간이 변화함에 따라 어디서 어디까지를 영화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관객이 관람하는 것까지를 영화로 볼 것이냐, 영화 영상 그 자체만을 영화로 취급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다.

영화 비평 협회들에서는 당연하게도 전자를 지지한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과 집중도, 여러 관객이 모여 앉아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도 영화의 일부라는 것이다. 감독은 큰 스크린에서 보이는 장면을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였는데 스마트폰같이 작은 기기로 감상하면 감독의 의도가 전부 전달되지도 않을뿐더러 임의로 중간에 끊고, 다시 보고 하는 과정은 영화를 온전히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감독의 의도와 시간적 배열을 해치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온전한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느냐는 입장이기 때문에 극장 동시 개봉만을 진행하여 극장에서 작품을 보기 어려운 넷플릭스 영화들을 긍정하지 않고, 그 생태가 영화 문화를 어지럽힌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대로 넷플릭스같은 OTT서비스 이용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젊은 측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다수는 “그래서 뭐”라는 입장이다. 작게 본다고 영화가 영화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극장아닌 집에서 본다고 뭔가가 엄청나게 달라지느냐는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감상하는 방법이 달라지는건 당연한데 꼭 영화관에서만 향유하여야 진정한 영화라는건 틀린 명제라는 주장이다.

방구석 영화관 1열

나는 그 중간에서 굉장히 애매모호한 입장을 띄고 있는데, 영화를 애호하는 사람으로서는 전자의 의견에 크게 동의하나 사실 나도 OTT서비스의 혜택을 크게 누리고 자란 데다 코로나 이후로는 영화관보단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걸 더 선호하다보니 입장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OTT서비스를 이용하면 캐주얼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영화를 보는 데에 큰 부담이 없다는 부분도 편하다. 영화 예매 5분, 옷갈아입기 10분,영화관까지 15분, 티켓을 뽑고 광고 기다리는데 20분, 영화 120분, 집까지 돌아오는데 15분을 생각하면 꽤 아득해지기도 한다. 집에서 보면 그냥 검색-재생, 1분도 안걸리는데.

게다가 요즘 티켓 값이 보통인가. 예전엔 8000원에도 봤는데 요즘은 평일 오전 즈음에도 12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예전처럼 심심해서 영화관에 가서 아무거나 골라서 보고, 영화가 마음에 들어서 n차라도 찍으려면 보통 돈 드는 일이 아니라 선뜻 영화관에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 거기다 망한 영화라도 고르면 머리 끝까지 열받는 건 덤이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특별하다는 사실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불이 꺼진 극장 안, 집중할 것은 오로지 스크린 뿐인 공간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걸 넘어 “경험”하는 일이다. 놀라는 장면에선 같이 놀라고, 웃긴 데선 다같이 웃고, 나만 웃겨서 숨죽여 킥킥대기도 하는 순간들이 모두 하나의 체험이되고 기억이 된다. 나만 해도 혼자 본 영화에 대한 기억은 크게 뚜렷하지 않지만 관객들과 함께 본 영화는 훨씬 선명하게, 그리고 즐겁게 기억하고 있다. 특히 <위플래쉬>를 보고 전율에 휩싸였을 때 뒷줄에 앉았던 관객들이 불이 켜지자마자 일어나 우르르 박수를 치던 감동이 여전히 선명하다.

또한 영화관에 앉는다는 것은 감독이 의도한 화면 비와 사이즈로 영화를 왜곡과 정지 없이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재미없는 장면이나 정적인 장면도 감독에겐 의도가 있는 것이고, 그 순간들의 의미를 짚어 가며 영화를 보는 일은 분명 소중한 순간이다. 마치 유튜브로 음악들을 수 있어도 굳이 LP를 찾아 다음 곡 넘기기나 빨리감기 없이 온전한 한 곡을 감상하는 그런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까. 그 시간 속에, 예술의 의미가 있다. 24시간 동안 늘여서 상영한다는 히치콕의 프레임 바이 프레임 영화처럼.

나는 OTT서비스들을 애용하고, 달리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괜찮은 오리지널 작품을 영화관에서 볼 수 없다거나 <옥자>처럼 소규모 개봉만 하는 부분은 좀 아쉽지만 그것도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니 어느정도는 감안한다. 넷플릭스가 거대 기업이 되며 영화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은 일부 동의하나 넷플릭스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좋은 작품도 있었고, 어디 워*브*더스같은 제작사와는 다르게 감독의 자유를 전적으로 존중해 준다고 하니, 비평가 협회는 싫어해도 일부 감독들에겐 좋은 일 아닐까.

유튜브에서 영화를 뚝뚝 끊고 자극적인 장면만 편집해서 온갖 인터넷 드립으로 범벅한 나레이션을 넣고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어그로성 제목을 달아 둔 모습을 보면 짜증이 전혀 안 나는건 아니지만, 그것도 유튜브의 생태려니 하고 채널 차단하고 만다. 혹자는 영화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지만 그렇게라도 보는게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비록 교수님은 유튜브 클립 링크만 가져와도 온갖 신경질과 함께 유튜브를 크게 비난하시긴 했지만….

영화 산업은 DVD와 OTT산업의 등장과 함께 꾸준하게 변해 왔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재도 치명적인 타격과 변화를 맞는 중이다. 최근엔 그나마 안정이 됐다고는 하나 규모가 있는 국내 영화들은 제대로 개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그나마 마블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만 연달아 개봉하고 있다. 볼 만한 영화도 없고 티켓값은 천지부자 오르니 영화관 죽순이라 매해 VVIP를 찍는 나와 친구만 해도 VIP는 포기한지 오래고, 최근에 볼 영화가 없어 영화관에 걸음하지 않은지가 반년이 다 되어가니 영화 산업이 얼마나 침체인지 어림 짐작해 볼 만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은 영화에 있어 상징적인 공간이고, 세상 어느 곳보다 완벽히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영화관의 의미가 퇴색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결국 넷플릭스니 유튜브니 해도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 <엔드 게임>이 개봉하자마자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찼던 것만 봐도 관객들은 스포일러 없이 오로지 “내 영화”를 감상하고 싶어한다. 굳이 ‘영화란 무엇인가?’ 하는 무거운 논제를 꺼내 들지 않아도 웅장한 사운드와 큰 스크린이 주는 감동은 누구보다 관객 스스로가 잘 아는 까닭이다. 게다가 남이사 유튜브로 난도질을 해서 보든, 넷플릭스로 보다 꺼 버리든, 위키피디아로 읽든 타인의 자유니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꼭 이렇게 봐야만 영화다! 하는 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 그건 그 사람이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니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웹하드나 토렌트 따위를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가 아니라면.

그러니 방구석 덕후를 즐겁게 해주는 넷플릭스를 너무 미워하지 말되, 영화 값은 좀 내려서 예전처럼 관객이 가득 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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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소속 직업 디자이너

영화는 내게 정확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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