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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를 류 Aug 16. 2021

웰컴 투 글래스고!

영국 교환학생 일기 1

 천근만근 무거운 몸과 내 몸만 한 캐리어 2개를 끌고 별다방에서 카페인 수혈을 받던 그날 오후. 말 그대로 정말 '긴' 하루였다. 2018년 1월 19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12시간의 장시간 비행을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글래스고 공항까지 1시간 30분의 추가 비행. 9시간의 시차가 더해지면서 나의 19일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긴 33시간이 되어버렸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비행을 좋아하진 않는 나로서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 좁은 좌석에 13시간 반동안이나 갇혀 가져다주는 기내식만 먹고 있으니 사육당하는 느낌이랄까. 비행기 특유의 냄새와 흔들리는 차체가 멀미를 나게 하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부터 펼쳐질 여정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22살 인생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시작한 독립이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른 타지에서의 생활이라니!

 우리 가족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매년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인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이후 항상 마음속 버킷리스트에는 '해외에서 살아보기' 항목이 있었고,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마치 흘러가는 듯 당연하게 교환학생에 지원했다. 물론 선정되기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모교에서 1차 서류, 2차 면접까지 합격한 후, 지원할 외국 학교에 Motivation Letter(지원동기와 포부가 담긴 편지), 성적 증명서, 수강 신청하고 싶은 과목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뒤에 최종 합격 허가가 났다. 최종 합격이 된 이후에는 기숙사, 비자 등 또 한 번 필요한 서류들을 신청하고 마지막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납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을 기다렸다.

 공항에 도착한 뒤, 학교 측에서 국제 학생들에게 무료로 불러주는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안내원과 함께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거센 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영국이 날씨가 좋지 않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당황스러웠는데, 험한 날씨에 깜짝 놀란 나를 보며 그녀는 웃으며 소리쳤다.

"웰컴 투 글래스고!"
여행자들의 쉼터 별다방과 나를 놀라게 했던 글래스고의 날씨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네 개의 섬이 연합하여 구성된 나라로, 각각의 섬들은 각자의 주도가 있다. 잉글랜드: 런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웨일스: 카디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우리가 잘 아는 영국의 수도는 잉글랜드의 주도인 런던으로 지정되어있다.) 내가 지원한 학교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글래스고'에 위치해있었다. 말이 아예 통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 영어권 국가인 영국으로 지원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스코틀랜드는 영국 내에서도 사투리가 심하기로 유명하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영어 잘하기로 소문(?) 나있었던 나였지만 현지에서는 무용지물. 빠른 말과 심한 사투리에 Sorry? Sorry? 만 연달아 반복하다 나도 지치고 상대방도 지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적응해야 하는 건 언어뿐만이 아니었는데, 나는 날씨가 사람의 기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영국 생활을 통해서 깨달았다. 몇 주 내내 어두컴컴한 하늘과 진눈깨비가 지속되었다. 거센 바람에 우산은 피자마자 앞뒤로 뒤집히다 고장이 났고, 뒤집어쓴 후드티와 롱 패딩은 항상 축축했다. 낯선 환경과 언어에 기대와는 달리 지치고 우울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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