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줄걸, 안아볼걸

by 흐를 류

쌔액, 쌕—
조용한 요양원에, 힘겹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눈을 뜨지 못한 채, 콧줄에 모든 영양분을 맡기고 누워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며칠 전, 엄마는 요즘 할머니 상태가 좋지 않으니 꼭 뵙고 오라고 했다.
그 성화에 못 이겨 따라왔지만, 반년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걸어서 결혼식에 오셨던 분이 이렇게 누워 계신 모습을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외할머니께 인사드려.”
“주무시는 것 같은데...”
“눈 뜰 힘이 없어서 감고 계신 거야. 소리는 들으실 테니 하고 싶은 말 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 서성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할머니… 이렇게 누워 계신 거 너무 이상해요. 얼른 나아서 같이 밥 먹으러 가요.”


마지막 인사를 하면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때가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오글거리더라도 ‘우리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했을 텐데.


7월 17일 목요일 오전 11시 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할머니 손에 직접 자란 것도, 살갑게 굴던 손녀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손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차올라 도무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자리에 앉아 울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사 동료들의 도움으로 경조 휴가를 내고, 멍하게 집에서 가족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내 결혼식 날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오려 만든 영정 사진이 놓여 있었다.
엄마는 최근 사진 중 웃는 얼굴이 없어, 그 사진을 썼다고 했다.


나는 사진 속 할머니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추억이 떠올라,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7월 18일 금요일, 검은 상복을 입고 입관식에 참석했다.
요양원에서 힘겹게 숨을 쉬시던 할머니는, 평온한 표정으로 누워 계셨다.
엄마와 형제들, 그리고 손주들이 둘러앉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명절이면 “우리 똥강아지, 갈비 더 먹어라” 하시며 고기를 얹어 주시던 모습.
가족여행 때 오동도에 가고 싶다며 “오동도~ 오동도~” 흥얼거리던 모습.
남자친구가 사 준 옷을 보여드렸을 때, “머시마가 잠바도 사주나? 결혼해도 되겄네.”하시며 웃으시던 모습.

손녀의 결혼을 진심으로 기뻐하시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엄마, 나 이렇게 예쁘게 키워줘서 고마워요.”


엄마의 울먹이는 그 한마디를 끝으로, 꽃으로 가득 찬 관에 할머니를 모셨다.
좋아하시던 꽃에 둘러싸인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7월 19일 토요일, 발인 후 화장장으로 향했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처럼 관이 서서히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


약 두 시간 동안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유족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3일 내내 울어 지친 얼굴로, 자손들은 유산 문제와 앞으로의 명절 이야기를 나눴다.
삶과 죽음이 맞닿은 자리에서, 현실은 그렇게 스며들었다.


화장이 끝난 뼈는 곱게 갈려 꽃이 그려진 유골함에 담겼고, 우리는 그 함을 봉안당으로 모셨다.

처음 들어선 봉안당은 예상과 달리 세련되고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내 또래의 젊은이부터 신생아, 노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안치되어 있었고, 그 곁에는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물건의 미니어처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요양원에 가시기 전까지, 언니가 빌린 회사 대출로 우리 집 근처 반지하 원룸에서 지내셨다.
언니는 더 좋은 집을 마련해 드리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8층짜리 안치단의 7층에 모시자고 했다.


“할머니, 반지하에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이제는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며 지내세요.”


그 순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이 스쳤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애순이, 동명이의 수제비 그릇과 숟가락을 보고

안아줄걸.
안아줄걸.
안아볼걸.

하며 가슴을 쥐어짜던 모습.


3일간 입었던 검은 상복을 벗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지나간 뒤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안아주어야 한다고.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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