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노래방 여행기

영국 교환학생 일기 2

by 흐를 류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친구가 생겼다. 키 170cm에 꼬불꼬불하고 풍성한 검은 머리를 가진 스웨덴 사람이었다. 그녀는 '니노르타(Ninorta)'라는 이름이 고대 신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벨(Belle)이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이지."

"아니 그거 말고, 진짜 이름을 알려줘."


순간 당황한 내 손이 그녀의 손을 잡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진짜 이름?"

"한국식 이름 말이야."


알고 보니 니노르타는 한국 사랑이 유별난 친구였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왔던 한국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했다. 편리한 대중교통과 다채로운 맛의 음식들, 고급스러운 전통 한복까지 유럽과 180도 다른 문화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꽃이 수놓아진 한복을 입고 경복궁 앞에 서 있는 사진 속 그녀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니노르타는 영어 이름을 부르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는 달리 서툰 발음으로 항상 내 한국 이름을 불러주었다. 우리는 불고기, 오색 꼬치 전, 김치찌개 등 한식을 함께 요리하고,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며 광란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지혜, 나 노래방에 가보고 싶어."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래방이 유럽에서는 정말 드물게 하나씩 볼 수 있는 특이한 시설이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접한 노래방이 너무 궁금하다는 니노르타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가장 가까운 노래방을 검색했다.

무려 걸어서 40분!

아직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는 추운 초봄, 겉옷을 단단히 동여매고 노래방 여정을 시작했다.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에 도착하니 카지노가 하나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세련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금발 머리를 깔끔하게 쓸어 올린 안내원 언니가 눈을 들어 우리를 봤다. 나는 큼큼 헛기침하고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노래방은 어디로 가야 하죠?"


그녀는 대답도 없이 대낮부터 열심히 겜블 하고 있는 아저씨들을 지나쳐 안쪽 공간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마치 007 영화 속 첩보 요원이 된 듯한 느낌에 묘한 희열감에 들떠 카지노 깊숙이 들어갔다. 숨은 안쪽 공간에 커다란 룸 노래방이 나타났다.


그때부터는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피땀 눈물', 'DNA', 'FAKE LOVE'... 방탄소년단의 히트곡들이 줄줄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알코올 한 방울 안 들어간 맨 정신으로 신나게 노래 부르며 온몸을 흔들어댔다.


"1시간 더!"

"받고 1시간 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해가 져서 밖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우리는 목이 쉬어 소리가 안 나오는 서로를 보며 소리 없는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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