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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 서있다 느낄 때

이전 글이 좀 표현이 좀 과한 듯하나 글을 읽으신 분들이 불편하거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직장 생활이던 삶의 다른 여정에서든 고뇌와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 내 삶의 한 순간 한 순간 생각들이 요동칠 때 격랑 속의 그 감정과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의연하고 더 멋지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식 없이 그리고 가감 없이 드러내는 걸 좋아한다. 이것은 내가 내 감정에 당당하고 내 삶에 당당해지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도 큰 일을 저질렀다.


픽사베이


이곳 테네시에서의 삶은 Dynamic 그 이상이다. 3~40 대에도 이렇게 일하지 않았는데 나이 육십 넘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매일같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GM의 헤드와 리어램프를 생산한다. 올해 매출 목표 6천억 원이고, 3년 후엔 1조 원을 달성해야 한다. 올해 초 최초로 거래 계약된 BMW 헤드램프를 3년 안에 양산시켜야 하고, HKMC 램프와, 미러도 생산해야 한다. 도장공정도 추가 하기로 했고 이 모든 일들이 내가 합류한 4월 이후 갑자기 쏟아졌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사람들, 한국인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고, 전 직원 평균 근속연수도 2.7년 밖에 안된다. 그 사람들 조차도 가르켜서 일 조금 할만 하면 금방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다. 이곳은 철저하게 돈을 따라 움직인다. 1,000불만 더 줘도 쉽게 이직한다. 오합지졸에 불과한 사람들과 지금 당장 이리 큰일을 도모 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회사 전체를 몰락의 길로 빠지게 할 수 있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런 리스크에 대한 제대로된 대비책도 없이 큰 일을 벌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생산 물량이 조금 늘었다고 물건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결품을 내고 고객은 아우성 치고 30%의 이직율과 무단 결근율로 회사는 막대한 불필요한 비용을 치뤄야만 했고 작년 한해에만 $2,600만불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3년간 누적 손실이 $5,400만불에 달한다.


이에 나는 본사에 반기를 들었다. 회사의 가장 취약점이 다양상 부족인데 이에 대한 전형을 보여주는 듯했다. 생각과 의견의 쏠림이 심하고 다른 의견이 잘 나오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미국에 적용하려는 것에 여러 번 다른 의견을 피력했으나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좋은 의견과 전략이고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고 전쟁터가 바뀌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싸울 군사가 눈군지도 봐야 한다. "이곳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혼돈과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그 몇 달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요. 해 내려면 역량이 올라가야 하고 체질이 먼저 개선되어야 하는데 100미터를 20초에 달리는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니 겨우 구해주고는 살아나자마자 도와줄 테니 이제부턴 100미터를 10초 안에 뛰자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도와준다고 당장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많은 참가가가 있는 공식 회의에서 나는 계속 이야기하였다. "저는 못합니다, 할 수 있다 생각하시면 할 수 있는 분이 직접 와서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모든 걸 각오하고 말한 벼랑 끝 전술이었다. 물론 회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고 그대로 회의가 끝나버렸다.


픽사베이 : Barbarian Warrior Man


이것은 분명 리더의 언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이후 3~4주 동안 많은 것이 변하였다. 400여 벌의 금형을 국내 공장으로 이관해 이곳 테네시 공장의 복잡성을 줄여주고 공장의 Layout  을 혁신적으로 바꿔 효율을 높이기로 하였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주재원 인력을 현재 보다 두배로 더 증가시키기로 국내 본사와 합의하였다. 여전히 할 일이 많고 엄청 도전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이젠 해볼 만하게 되었다.


아울러 4개월여 동안 이곳에 있으며 어떻게 하면 특히 미국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움직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았다. 현장직 직원과 사무실 직원들 각각에 맞는 전략으로 이직과 결근율을 줄이고, 어떻게 생산성과 품질을 올려 제품의 완성도를 올릴지 방법을 찾았다. 가장 미국다운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미국에 있는 유명 대학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하여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설계하려 한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몰입의 힘을 경험하게 되었다. 일을 잘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은 전적으로 몰입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몰입은 무의식 속의 자기 이미지를 변화시키며, 뇌 속의 시냅스 간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생각나게 하고, 자신이 상상조차 못했던 일을 해 낼 수 있게 한다.


픽사베이 : 하마의 귀


도를 닦아 깨달음을 얻는 것도 일종의 몰입 행위이고, 몰입을 통해 성장하고 무력감을 넘어서게 하며 그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지난 한 달간 몸의 고통으로 정신과 몰입이 흩트러지며 무력감에 시달렸는데 이제 회복되는 느낌이다. 그러니 무력감에 빠졌을땐 무엇에든 몰입해야 한다.


글을 쓰는 몰입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된다. 남은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여전히 궁금하다. 미국에 온 후에 얻은 것과 잃게 될지도 모를 것들, 침잠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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