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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나라의개짱이 Feb 09. 2023

영업 담당자 백 명 만나고 느낀 영업 잘하는 법

설득 잘하는 방법

 우리의 일상은 늘 영업으로 가득 차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늘 누군가에게 영업을 하거나 영업을 당하며 산다. ‘영업’이라고 하면 거창한 무언가 같지만 사실상 영업은 설득과 같은 말이다. 누군가에게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긴 설득의 과정이 조금 정중하고 공적인 형태를 갖춘 게 영업이다.



 직업 특성상 수많은 영업 담당자를 만나봤다. 수많은 말하기 방식과 설득법에 노출됐었다. 그중 정말 뛰어난 영업 담당자도 있었고 하품과 짜증만 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느낀 '좋은 영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매일 영업 속에 살아가는 혹은 영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MD는 직접 상품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이미 출시되어 있는 상품 중 좋은 상품을 골라 매입하는 일도 한다. 업무의 특성상 내게 상품이나 회사를 홍보하고 거래를 따내려는 많은 영업 담당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설명을 듣고 그들이 내미는 상품의 옥석을 가려 내 매출을 올려줄 상품을 선정해야 한다. 또 서로 더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기 위해 온갖 자료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때가 있다. 얕보이지 않으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쉴 새 없이 떠들며 아는 척을 할 때가 있었다. 경험이 쌓이며 어떤 걸 물어야 하고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차차 알게 됐다. 그렇게 5년 차에 접어들며 못해도 백 명 이상의 영업 담당자들과 셀 수 없을 만큼의 미팅을 했다.


 그중에선 노회 한 부장님도 있었고, 열정과 긴장감으로 가득 찬 대리도 있었다. 회사의 명운이 나와의 미팅에 걸린 냥 비장하던 작은 회사의 대표님도 계셨고, 그냥 돈을 받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느낌을 주던 영업사원도 있었다.


이들을 보며 어떤 사람이 설득에 성공하는가? 어떤 사람이 정말 좋은 영업사원인가에 대해 나름의 결론이 서게 됐다.




첫 번째, 말을 좀 줄였으면....




 내가 말할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본인 이야기와 상품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던 과장님이 있었다.


"이 제품의 성분이 어떻고... 우리 회사 공장 라인의 우수성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원가에 이런 상품을...."
"제가 영업을 10년 했는데, 몇 년 전에 OO상품을 론칭했고...."


 솔직히 피로했다. 다들 바쁘다. SNS, 메신저, 길거리, 대중교통까지 사방에 정보와 광고가 넘쳐나는 시대다.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정보들을 억지로 마주쳐야 할 때 이전보다 더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게다가 일방적인 자랑과 장점만을 듣다 보면 부감을 느끼고 반박할 거리를 찾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 심리다. 이 분은 혼자서 오랜 시간을 떠들며  나를 설득하기는커녕 피로감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만든 셈이다.

"OOO MD님은  잘 계시죠?" 묻지도 않았는데 나 이전 MD들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도 술술 풀어놓으셨다. 나와의 접점을 어필하려던 것인지, 본인의 업력을 자랑하려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그게 우리의 미팅에서 무슨 중요한 역할을 한단 말인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영업 사원은 피곤하다' 영업을 당해본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말을 줄여라'가 영업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이 아닐까 한다. 고전으로 대우받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도 비슷한 조언이 많다.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말하기보다 오히려 들으려 해야 한다고. 듣다 보면 오히려 상대가 마음을 열거나 진정한 니즈를 밝혀 오는 경우가 많다고. 인간은 말하려는 사람보다 들으려 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영업사원 이야말로 최악의 영업자다. 수많은 광고와 영업에 노출된 요즘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인내심이 없다. 정보의 취사선택에 익숙한 이들에게 불필요하고 일방적인 정보의 나열은 피로감만을 줄 뿐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정보들을 거르고 처내며 본인 뇌에 과부하가 오는 걸 막을 거다. 내게 호감도 믿음도 없는 상대에게 말을 쏟아내는 것은 뚜껑 닫힌 컵에 물을 붓는 일이다. 특히나 상대는 팔짱을 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우리말 속의 허점이나 거짓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고객들이다.


 결국 나는 그 과장님과 어떠한 거래도 성사하지 않은 채 미팅을 마무리했다. 그 과장님께서 말을 하면 할수록 말속의 허점들이 드러났다. 회사와 상품의 약점들이 보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이라는 말을 여러 번 덧붙이며 솔직하지 못하단 인상을 줬고,  "정말 무리해서 이 원가에 드리겠다" "MD님에게만 특별히"와 같은 말을 통해 진정성을 깎아 먹었다.

 내가 신나게 이야기할 때 상대는 묵묵하게 나를 판단하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어필하기 위한 스피치들이 친절히 약점과 자신감 없음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해야 할 말만 하고,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더욱 좋다. 뚜껑부터 열고 말을 부어야 한다. 상대의 뚜껑을 열기에는 경청과 진정성 있는 태도만 한 게 없다.

상대가 궁금해할 만한 사항을 간결하고 매력 있게 전하는 담당자를 만나면 감탄이 나온다. 묵묵하게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며 상대방의 궁금증에 충실하게 대답만 해도 신뢰도가 훨씬 올라간다. 이후에 이들은 주로 고객의 니즈나 고충에 대해 묻고 경청한다. 결국 나 역시 상품이나 거래할 회사를 선정할 때 그런 담당자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말을 줄이는 것 말고 좋은 영업을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나 역시 상대가 궁금할지 아닐지도 모를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비판할 거리를 찾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메시지는 희미해질 테다. 내 글을 읽게 하려는 영업이 먹히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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