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by fingerfree

구름을 괴고 달이 서 있다.


귀가를 재촉하는 겨울의 이른 어스름에도 무심한, 느린 걸음을 기다려준다는 듯, 달은 고요한 얼굴을 마주해온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홀린 듯 바라보게 되는 창백한 낯빛, 투명한 눈빛.


그 빛이 오슬하게 느껴질 즈음 나는 더 밝고 화려한, 따뜻한 빛을 찾아 백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으로 파고든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소품들과 트리, 잔잔하게 때론 경쾌하게 울리는 캐럴, 스노볼 속 풍경은 어김없이 12월을 장식하고, 새해를 선물처럼 풀기 위해 특별한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작은 기쁨이 서려 있다.


이런 분주함이 비록 나와 멀다 해도 동화 속 세상에 매혹되던 어린 날의 그때처럼 나는 매번 이 시절의 생기에, 온기에 사로잡힌다.


매장 한쪽에 눈처럼 쌓인 슈톨렌 한 덩이를 포장해 값을 치르고 회전문을 돌려 몸을 빼낸다.


새카만 거리 위로 숨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찬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손끝은 더디기만 한데, 일순 눈이 부시다.


이쪽으로, 작지만 분명한 빛을 깜빡이며 12월의 사람들이 스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