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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욱 Oct 11. 2023

신호등

"엄마 그 노래 알아?"


"뭐?"

"신호등 노래"

"어 틀어줄까?

저녁 밥상을 차리다 노래를 찾아 틀어준다. 유치원에서 교통안전에 대한 수업을 했나 생각했다.

노래를 듣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격양된다.

"이거 말고..."

"그래" 다시 다른 비슷한 노래들을 들려준다.

또, 아니란다

"그럼 어떤 노래인지 해봐. 찾아줄게"


"빨간색 파란색 그 ㅅㅅㅇㅆㅆㄹㅅㅊㅇㅋ 노란색 내 머릿속 어 ㅏ 니 대아 ㄴㄱㄹㅇ"


음정도 가사도 이상한 이 노래를 아이는 한 10번을 되풀이한다.

그것이 내 머리에 박혀 이상한 고집이 발동됐다.

기필코 알아 내리라.

마침내 추리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음정이 이상해도 이건 동요는 아니다.

노래의 출처를 물으니 친구에게 배워 반 친구들 모두가 부르는 노래가 됐단다.  

가끔 노래를 만들어 제멋대로 부르기도 했지만, 지어낸 노래는 아니었다.   

10번 정도 계속 부른 노래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반복되었다.


추리 끝에 가요로 함축됐다.

그렇다면 '이무진의 신호등'

노래를 찾아 틀어준다.

도입 부분을 듣더니 아니란다.

그렇겠지, 너희는 같은 노래 뒷부분만 부른 거야.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

.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거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중략-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

.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소파에 앉아 또 흥얼거리다 노래를 틀어달란다.

하루종일  이 노래가 나를 지배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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