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68번.
대도시 파리의 다양한 일화, 우화, 콩트, 요정 이야기, 알레고리 등을 담아낸 산문시집입니다. 진정한 파리의 시인이었던 보들레르는 외로운 도시 시민들의 삶에 한없이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보들레르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려 했다." 미셸 푸코의 말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파리에서만 살았던 보들레르는 파리를 통해서만 사람들과 도시들을 체험합니다.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대도시인 파리는 시인에게 시의 재료들을 제공해 줍니다. 그러나 그의 시에서 구체적인 파리의 모습은 볼 수 없고, 파리의 전반적인 분위기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 이 작품이 머리도 꼬리도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가당치 않소. 왜냐하면 반대로 이곳에선 모든 것이 동시에 머리이자 꼬리니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어느 곳에서나 중단 할 수 있소. 나는 내 상념을, 당신은 이 원고를, 독자는 그의 독서를 말이오. <아르센 우세에게>
* 나는 구름을 사랑하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기······ 저 찬란한 구름을! <이방인>
* 쭈글쭈글한 노파는 누구나 좋아하고 환심을 사려 하는 이 귀여운 어린애를 보자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노파처럼 그렇게 연약하고, 그녀처럼 이도 머리털도 없는 이 귀여운 것을. 그래서 노파는 아이에게 다가가 웃어주며 좋은 얼굴 표정을 해 보이려 했다. 그러나 아이는 이 늙어빠진 착한 여인이 어루만져 주는 데 겁이 나 발버둥치며 집 안이 떠들썩하게 울부짖었다. (···)"아! 우리 불행한 노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어린것들조차 좋아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우리가 사랑하고 싶어도, 어린것들은 무서워하는구나!" <노파의 절망>
* 우리가 보통 삶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장 행복한 극치의 순간이라 해도, 지금 내가 일 분 일 분, 일 초 일 초 음미하고 있는 이 최상의 삶과 공통되는 점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아니다! 이미 분도 없고 초도 없다! 시간은 사라졌다. (···)인간의 삶에서 어떤 희소식을 알려주는 임무를 띤 것은 다만 일 '초'에 지나지 않는다. 그 희소식이라는 것도 결국 우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킬 뿐이지만. 그렇다! 시간이 군림한다. 시간이 그의 난폭한 독재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시간은 마치 황소를 부리듯 그의 두 개의 바늘로 나를 몰아세운다. "이러! 짐승 놈아! 땀을 흘려 일해. 노예 녀석! 살아라, 망할 녀석아!" <이중의 방>
* 다수의 군중과 고독. 이 두 어휘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적극적인 시인에게는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동등한 어휘다. 자신의 고독을 채울 줄 모르는 자는 역시 분주한 군중 속에서도 홀로 존재할 줄 모른다. 시인은 제멋대로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동시에 타인이 될 수도 있는 비길 데 없이 훌륭한 특권을 누린다. (···)그에게만은 모든 것이 비어 있는 것과 같다. <군중>
* 내가 방금 본 것은 한 늙은 문학자의 이미지다. 그는 한 세대를 즐겁게 해준 훌륭한 광대였으나, 그 세대는 지나가 버린 것이다.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어린애도 없으며, 그의 빈곤과 몰이해한 대중으로 인해 망가진 늙은 시인의 이미지! 잊기 잘하는 세상 사람들은 그의 막사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늙은 광대>
* 과자는 순간마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바뀌었다. 그러나 저런! 그와 동시에 과자는 그 크기도 변해 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진맥진 숨이 차고 피투성이가 되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 싸움을 그쳤을 때는, 사실 말이지, 이미 싸울 아무런 건더기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희귀한 사탕 과자랍시고 정말 형제끼리 서로 죽이는 전쟁을 일으킬수도 있다니!" <과자>
* 나는 항상 뚜렷이 시간을 읽는다. 항상 같은 시간을, 공간처럼 무한하고 엄숙한 시간을, 분으로도 초로도 나누어지지 않은 -시계 위에도 표시되지 않은 정지된 시간을. 그러나 한숨처럼 가볍고 깜빡이는 일별처럼 재빠른 시간을. (···)"너는 시간을 읽고 있느냐?" 하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시간을 읽고 있다. 시간은 지금 '영원'이다!" <시계>
* 영혼이 야심에 차고 미묘해질수록 꿈은 가능성으로부터 영혼을 멀어지게 한다. 사람들은 각자 끊임없이 분비되고 새로워지는 자신에 맞는 분량의 천연적 아편을 자기 안에 소유하고 있다. (···)이 보물, 이 가구, 이 사치, 이 질서, 이 향기, 이 기적의 꽃들.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이 커다란 강들, 이 고요한 운하, 그것 또한 당신이다. 거기 온갖 재물을 가득 싣고 떠가는, 단조로운 조종 소리 흘러나오는 이 거대한 선박, 그것은 당신의 가슴 위에 졸며 떠가는 나의 생각이다. 당신은 나의 생각을 '무한'인 바다 쪽으로 조용히 이끌어 간다. <여행으로의 초대>
*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라고 또 하나의 현인 파스칼은 말했다. <고독>
*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해라. <취해라>
* 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들여다보는 사삼은 결코 닫힌 창문을 바라보는 사람이 발견하는 것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촛불로 밝혀진 창문보다 더 깊고, 더 신비하고, 더 풍요하며, 더 어둡고, 동시에 더 눈부신 것은 없다. 햇빛 아래서 보는 것은 유리창 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항상 흥미가 덜한 법. 어둡거나 밝은 이 구멍 속에서 삶이 숨 쉬고, 삶이 꿈꾸며, 삶이 괴로워한다. <창문>
* 이곳의 삶은 병원. 여기서 환자들은 제가끔 잠자리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빠져 있다. 어떤 사람은 기왕이면 난로 앞에 누워서 신음했으면 하고, 어떤 사람은 창문 옆에서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내가 현재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언제나 편안할 것처럼 생각된다.
<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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