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을 살아간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순간들. 그래서인지 사람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괜히 용기를 냈다가 상처받을까 봐, 스스로 한 발 물러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의 삶은 늘 그런 ‘작은 가능성’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 별것 아닐 것 같은 시도 하나가 어느 순간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더 망설이게 되고, 그래서 더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작은 가능성을 믿고 한 번 움직여보는 쪽이 더 아름답다고. 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 선택은 ‘멈춰 있지 않았던 나’의 증거로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 쌓이고 쌓여, 결국 나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확률 위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길은 빛나고, 어떤 길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 하지만 그 길 위에 서보지 않으면, 그 끝이 어떤 모습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선택한다. 아주 작고, 어쩌면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붙잡을지 말지. 그리고 나는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라도 손에 쥐어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과가 무엇이든, 그 순간만큼은 분명 내가 스스로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는 사실이 남을 테니까.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내 삶이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 있었다면 그 시작은 아마도 그런 ‘작은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던 순간들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