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된 이후로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한 달이 되었는데, 돌아보면 나는 그 시간 속에 제대로 서 있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정신은 늘 어딘가에 두고 온 것처럼 흐릿했고, 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밀려왔다. 무엇을 하려 했는지 금세 잊어버리고, 중요한 것들을 자꾸 빠뜨리고, 결국 메모장에 하나씩 적어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할 일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점점 더 좁아졌다. 집중은 쉽게 흐트러지고, 작은 일에도 괜히 예민해졌다.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일이 반복됐다. 사실 화가 난 건 그 사람들이 아니라, 이 모든 걸 감당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는데 말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야 할까.”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정작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밀려나기만 한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지치고, 이유 없이 허전해진다.
그래서 문득, 단 하루만이라도 멈추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해야 할 일 대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하루. 늦잠을 자도 괜찮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봐도 되는 시간.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하루.
그 하루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피로와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잘 해내지 못해도, 잊어버려도,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지금까지도 충분히 애쓰고 있었다고.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나를 위한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그 하루가 나를 다시 숨 쉬게 해 줄 거라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