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수출의 현실, 그리고 올리브베러라는 전략적 선택
2026년 1월 30일, 올리브영이 창립 27년 만에 처음으로 독립 신규 브랜드를 런칭했다.
새 브랜드는 바로 서울 광화문 디타워 1층에 문을 연 '올리브베러(OLIVE BETTER)'다. 오픈 당일 정오, 매장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섰고, 오후 6시가 넘어도 100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가득 채웠다.
이처럼 최근 이너뷰티/자기관리/헬스케어와 같은 분야가 부상하고 있고, 큰 범위로 보면 올리브영과 APR 등을 필두로 한 K-뷰티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K-뷰티, K-저속노화 등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시점에, 올리브영은 왜 해외 진출이 아닌 '내수 시장 확립'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올리브베러를 런칭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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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은 K-건기식 수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체감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2025년 초, KOTRA B2B 마케팅 대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홍삼 콜라겐 젤리 수출 기업의 메타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 타깃 시장을 조사하면서 생각보다 해외 진출 과정이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에 따라 비건 인증, 할랄 인증 등 현지의 요구 조건이 달랐다. 또한 국가별로 업체를 영업해야 하는 수단(인맥/광고 등)이 달랐고, 무엇보다 홍삼 특유의 맛과 콜라겐 젤리 특유의 쫀득한 한국적 식감이 해외 소비자들의 식문화와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보다 훨씬 더 오래 문화적 맥락을 이어온 '입맛' 취향은 훨씬 더 보수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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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K-뷰티가 전 세계에서 잘 팔리는 시점에 올리브영이 웰니스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먼저 키우려 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올리브베러는 올리브영의 확장된 사업 영역이 아닌, 독립된 브랜드이다. 같은 CJ올리브영이 운영하지만, 타깃과 공간, 전략까지 모두 다르다.
올리브영의 핵심 고객이 2030 여성 중심이라면, 올리브베러는 2040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까지 포함한 더 넓은 고객층을 겨냥한다. 광과문 1호점은 130평 규모의 복층 공간에 500여 개의 브랜드, 3,000여 종의 상품을 선보였다. 영양제, 단백질 바, 에너지 젤, 건강 간편식, 아로마 테라피, 수면 용품, 구강케어까지 하루 루틴 전체를 채울 수 있는 구성이다.
매장 동선도 독특하다. Eat Well(잘 먹기) → Nourish Well(잘 채우기) → Fit Well(잘 움직이기) → Relax Well(잘 쉬기) → Glow Well(잘 가꾸기) → Care Well(잘 케어하기) 6개 카테고리 흐름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뮤직 플랫폼 플로(FLO)와 협업해 매장 동선과 공간별 기능을 고려한 음악 큐레이션을 설계했으며, 오전·오후·저녁 시간대에 따라 템포와 무드가 달라진다. 즉, 올리브베러 광화문점은 웰니스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개점 당일 직접 매장을 방문해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다음에는 즐겁게 사는 삶이 있고 그 너머에 아름답게 사는 삶이 있다. 그 마지막에 올리브영이 있다. 올리브영은 온리원(Only One) 관점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이다. 산업과 기업의 미래를 키우는 데 앞장설 것이다.
*출처: 이재현 CJ 회장 “웰니스 사업 발전 가능성 높다”, 올레샷·프로틴·아로마까지…'웰니스 매장' 올리브베러 가보니 [르포] - 뉴스1, 게시물 상세 | CJ올리브영, 플로-FLO, 올리브영과 손잡고 리테일 음악 비즈니스 확장 < 라이프 < 뉴스·이슈 < 기사본문 - 스타트업엔(StartupN), 미리 가 본 ‘올리브 베러’…"웰니스 세계관 최강자네"
2024년 기준 K-뷰티 수출액은 약 101억 8000만 달러(약 14조 8,700억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올리브영은 그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올리브영의 2022년 외국인 고객 비중은 전체 오프라인 매출의 2% 에 불과했지만, 2025년 상반기에는 26.4%까지 올라섰다. 2024년 한 해에만 189개국 고객이 연간 942만 건을 결제했다.
이렇듯, K-뷰티는 승승장구인 시점이지만 웰니스는 다르다. 화장품은 바르는 영역이고, 건강기능식품은 먹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건기식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별 규제 수준에 맞춰야 하고, 비건을 선호하는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비건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미국 FDA는 기능성 표시 문구 하나도 엄격한 심사 대상이고, 중국은 GACC 등록과 위생 허가에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게다가 아직 K-웰니스는 K-뷰티처럼 글로벌 장르로 인식되지 않는다. K-뷰티에는 유튜버, 스킨케어 n단계 루틴, 버블마스크와 같은 강력한 키워드와 문화 코드가 있었다. 하지만, K-웰니스에는 아직 그러한 스토리가 없다. 인프라와 브랜드 파워, 규제 대응 노하우까지 뷰티 영역에 비하면 초기 단계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다.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축적된 식문화가 있고, 실제로 김치와 김밥같은 특정 제품은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K-웰니스 제품 수출이 어려운 이유는아직까지 수출 국가의 입맛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은 쫀득한 식감을 좋아해 찰떡 아이스부터 두쫀쿠, 콜라겐 젤리까지 쫀득한 식감으로 만들어 소비하지만, 해당 식감을 수출 국가의 소비자가 선호할지는 미지수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을 변형 없이 수출하려니 벽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건기식은 K-POP에 점점 한국어 비중은 적어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점점 더 흥행하는 것처럼, 익숙한 형태로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https://cosinkorea.com/mobile/article.html?no=565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389, 지난해 'K뷰티' 수출 114억 달러, 역대 최대…수출국 202곳으로 확대 | 중앙일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6조 원 규모다. 가구의 80% 이상이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전 세계 웰니스 시장은 2022년 5.6조 달러(약 750조 원) 로 세계 GDP의 5.6%를 차지하며, 2027년까지 연평균 8.6% 성장이 전망된다. 한국은 이 중 세계 9위, 1,130억 달러 규모다. GDP 대비 웰니스 시장 비중은 6.8% 로, 미국(7%)과 차이가 거의 없다.
소비 패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리브영 자체 조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들의 헬시라이프 카테고리 구매가 45%, 헬시푸드 구매가 42% 증가했다. K-뷰티로 시작된 관심이 K-웰니스로 자연스럽게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렇게 큰 시장에임에도 K-뷰티 확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브랜드 중 하나인 '올리브영 같은 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웰니스 제품을 어디서 사야 할지, 누구에게서 추천받아야 할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출처: 보도자료, 글로벌 웰니스 산업 성장과 우리나라 수출 유망분야 분석, 게시물 상세 | CJ올리브영
위에서 언급한 총 4가지의 현실이 겹쳐 올리브베러가 만들어졌다.
1) K-웰니스 수출의 어려움
2) 한국적인 맛을 세계로 퍼뜨리기에 걸리는 오랜 시간
3) 그래서, 한국적인 걸 가장 잘 아는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린 올리브영
4) 웰니스는 가장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확실한 HUB가 없는 시장
이 네 가지 맥락이 모두 합쳐진 결과가 바로 올리브베러다. 그리고 1호점이 성수도, 홍대도 아닌 직장인들의 성지인 광화문인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리브베러 1호점을 직접 방문한 뒤 이렇게 말했다.
웰니스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시장이 파편화돼 있다.
'파편화'라는 단어 하나에 올리브베러의 모든 존재 이유가 담겨 있다.
웰니스는 사실 하나의 산업으로만 분류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는 웰니스를 11개 독립 산업으로 분류한다 - [뷰티케어, 영양·식습관, 운동·헬스케어, 웰니스 관광, 예방의학, 전통보완의학, 웰니스 인프라, 정신건강, 스파, 직장 웰니스, 수면]. 그런데, 이 11개의 서로 다른 분야의 상품이 각기 다른 채널에서 팔린다.
현재 소비자는 하루 웰니스 루틴을 최적화하려면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영양제 → 약국 or 쿠팡 / 단백질 바 → 편의점 or 다이소 / 운동 보충제 → 쿠팡이나 헬스 전문몰 등..] 웰니스를 위한 하루 루틴을 채우려면 최소 두세개 이상의 채널을 돌아야 한다.
건기식 온라인 구매 비율은 2019년 43.8% → 2025년 70% 이상으로 뛰었다. 그런데 70%가 '온라인'이라는 말은, 쿠팡에도 있고 네이버에도 있고 자사몰에도 있고 아이허브에도 있다는 뜻이다. 즉, 한 플랫폼에서 해결이 안 된다.
또한 브랜드 난립도 심각하다. 비타민 C 하나만 해도 수십 개 브랜드, 수백 종 제품, 수천 가지 용량·성분 조합이 존재한다. 소비자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이게 건강기능식품인지 일반식품인지 모르겠다' 고 답할 정도다. 정제·캡슐 형태의 일반식품이 건기식처럼 포장되어 판매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블로그와 인플루언서 광고가 범람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정보인지 마케팅 글인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것처럼, 가격도 뒤죽박죽이다. 비타민 한 달치가 다이소에서 3,000원, 약국 브랜드는 1~3만원,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는 5만원 이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소비자는 판단 기준 자체가 없다.
올리브베러는 이 파편화로 정의할 수 있는 상황을 '일상 루틴'과 '큐레이션'으로 묶는 전략을 올리브베러로 제시한 것이다.
올리브영 26년간 쌓아온 고객 데이터와 큐레이션 역량을 웰니스에 그대로 이식했고, 어떤 성분이 어떤 효과인지, 어느 브랜드가 믿을 만한지, 지금 내 루틴에 무엇이 맞는지와 같이 올리브영이 뷰티에서 해온 '편집숍' 역할을 웰니스 시장에서 다시 하는 것이다.
*출처ㅣ이재현 CJ회장, 올리브영 신사업 '올리브베러' 현장 점검 - 아시아경제, What is the Wellness Economy? - Global Wellness Institute, 건강기능식품 시장 직접판매 점유율 7.6% ::: 한국 마케팅신문 :::, 보도자료, 건기식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일반식품'...소비자 피해 잇따라 - 헬스조선, Blog | 2025 건강기능식품 시장 A to Z : 온라인 소비 트렌드 뒤에 숨겨진 리스크, "흩어진 웰니스를 일상으로 묶다"…올리브영, '올리브베러' 론칭 < 뷰티·패션 < 산업 < 기사본문 - 우먼타임스,
올리브베러 런칭에 담긴 정황은 총 세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① 수출이 막히면 내수를 키워라
K-뷰티는 세계로 나가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규제·문화 장벽이 너무 높다. 올리브영은 그 현실을 인식하고, 연 6조 원의 내수 웰니스 시장을 먼저 장악하는 길을 선택했다.
② '파편화된 시장'은 항상 기회다
올리브영 또한 파편화된 시장에서부터 출발했다. 올리브영은 드럭스토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H&B를 정의한 브랜드였고, 올리브베러는 웰니스라는 파편화된 6조 원 시장에서 그 역할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있다.
③ 데이터와 큐레이션이 무기다
올리브영이 2030 여성 뷰티 소비 데이터를 갖고 있듯, 올리브베러는 25~45세 전 성별 웰니스 소비 데이터를 쌓는 인프라다. 이 데이터는 미래에 K-웰니스 수출이 가능해졌을 때 혹은 성수나 외국인 방문 지역으로 매장을 확장했을 때 결정적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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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홍삼 콜라겐 젤리가 왜 수출이 어렵지?"라고 생각하며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던 게 기억이 난다.
결국 최근 두쫀쿠의 열풍과 올리브베러의 런칭을 같이 생각해보니 결국 현지화 전략의 문제와 내수 시장에 대한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던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된다는 건 단순히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가장 잘 소구될 수 있는 국가를 고르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뷰티로 세계를 공략하고, 웰니스로 국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지금 올리브영이 선택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