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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Jan 05. 2023

맥주는 지적이다

그리고 난 바보는 아니다


행복이(반려댕댕이)는 그가 11개월 되던 즈음  우리 집으로 입양을 왔다.

입양을 오기 전부터 나 와꽤나 끈끈한 애착관계를 갖고 있었고,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일 뿐.  행복이 마음의 소리는 끝내 들을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퍽 안타깝다.






한편 앞서 이야기했듯 , 청량한 맥주 맛을  몹시도 좋아는데

 (이와 같은 사실을 김여사의 기쁨과 슬픔 편에서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 있다)

예를 들어  "맥주 아니면 근사한 저녁식사 두 가지 중 하나만 먹을 수 있어. 어서  골라 보렴" 이처럼 이분법을 적용한 선택지를 굳이 누군가 정성스레  제시한다면,

이 질문은  마치 내겐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두 분 중 한 분만 어서 골라 보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올 테고.

암튼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을 해보자면  맥주를 선택지로 꼽겠다.

맥주의 첫 모금  맛을 당할만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의 일이다.

실제로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소시지를 곁들여 맥주를 시원하게 연거푸 들이켜고 거나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두고

그리고는 잠옷으로 후다닥 바꿔 입었을 테.

 긴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  추노의  대길이 마냥  동여매놓은 후,


KBS드라마 추노 대길

양치를 하면서 동시에 클렌징티슈로 얼굴을 조심스레 벅벅 닦아낼 거다.

매사에 허당이다. 그래서 피곤하게도 나름의  매뉴얼과  루틴대로 살아가며 허술함을 애써 메꿔보고자 하는 편.

그 모습이 얼마큼 눈뜨고 봐주기 힘들었을지는 상상에 맡기려 한다.


그런데, 행복이가 낑낑거리며 가엾고 불쌍하게  우는소리 낸다.

 (남편)이 나와 행복이의 모습을 번갈아  보고 있자니 꽤 볼만하다며 입꼬리를 씰룩이 있다.

(용은  맥주 한 캔을 마시지 않는 , 술을 싫어하고 또한 못하는 덩치가 큰 남자다)

우는 이유를 알고 보니  행복이를 키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맥주에 거나해진 모습을 내보인 것이 처음이라

 11개월 강아지 딴 몹시 위태롭고 걱정이 됐던 거였다.  또한 완전하게  내 생각이만,

걱정하며  슬퍼하는  행복이를 매우 격하게  안아주고 음이 흡족하도록 예뻐해 주고는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어 , 행복이 밥을 주려고 나왔는데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어찌하여서 심상치 않다.

강아지를 키워 보신 분은 아실 거다.

약간의 무시를 담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그 뾰로통한 얼굴이 어떤 것인지.

( 대략 왠지  묘하게 기분이 나쁜 그, 아, 혹시 나만 받아본 걸 수도)


이를테면 이런 얼굴


그 후부터 가끔 기분 좋게 내가 거나해질 때면 ,

행복이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나곤 한다.

 은 강아지 입장에서 봤을 때도 역시 몹시 이상해지는 여자라고 ,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술을 씰룩여 이야기하며 자꾸 가장 중요한 핵심을 찌르는데.


"그러지  이야기를 들어봐, 내가 찾아 봤는데 맥주효모가 주는 효능이 있데.

첫 번째. 탈모예방에 도움

두 번째. 피로해소에 도움

세 번째. 면역력증진에 효과적

네 번째. 콜레스테롤 수치 낮춰줘

다섯 번째. 노화예방에 효과적

여섯 번째. 피부미용에 효과적

일곱 번째. 손톱과 발톱의 단백질 영향

여덟 번째. 변비예방에 효과적

어때 ,  마셔야만 되는 이렇게나 합리적이고 명확한 이유가 많잖아. "


그런데 한 가지 크게 마음이 쓰이는 명언도 더불어 발견다.

몹시 부끄럽고 안타까워서 감히 나란히 전할 수는 없,



맥주는 지적이다.
그 술을 수많은 바보들이 마신다는 게 유감이다.
(레이 브레드 버리 /미국 소설가)




심슨네 가족들 호머심슨 .허당같은 나와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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