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hWwUaFNIPho?list=RDhWwUaFNIPho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은 김사월×김해원 노동당사 무대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때의 무대가 2회차였다.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페스티벌치고 분위기가 상당히 서늘했고 공간 역시 의미가 많이 중첩되어 있는 곳이라 여기는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사라졌지만(사라졌나?) 지산 락페처럼 외진 곳에 경관 좋은 목을 잡은 점이 달랐고, 관중은 펜타포트나 서울시내에서 하는 페스티벌들처럼 다수 청중과 거리가 있어보여 달랐다. DMZ라는 명명 역시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다. 이전까지의 이름난 페스티벌의 작명이란 대개 지명(인천,부산,지산)을 따르거나, 장르(재즈페스티벌, 락페스티벌)에 국한되는 편이었는데 한 가지 생각으로 끝나지 않는 단어가, 장소가 선택된 점이 남달랐다. 김김 때 갔다면 아주 좋았겠지만(이후로 김김의 무대는 볼 수가 없었거니와...) 차 없이 가기에 철원은 너무 멀었고 숙소 잡고 놀만큼 여유 있는 편도 아니었으며 그럴 친구 역시 없었기에 갈법하지 않았다. 그저 해마다 라인업을 예의주시하고 후기 영상 같은 것들이 타임라인에 스치는 것을 보며 부러워했을뿐. 그러나 부러워하지 않고 예전에 지산에 갔을 때처럼 밤에 버스 타고 어디 찜질방에 자고 하며 다녔으면 아마 다 볼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DMZ 관중들이 잘 논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다른 데서 찾을 필요 없이 이만한 수고를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만 모이는 데에 있을 것이다. 최소 장시간의 운전, 최대 어려운 숙박과 귀가. 거기에 장시간의 슬램,떼창,락놀이를 즐길 체력까지...
https://youtu.be/8StZYwPiUlw?list=RD8StZYwPiUlw
가기 전 주에 둘러 앉아서 한 시간 짜리 영상을 봤다. 두루미 조형물 아래 분수대에서 EDM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더위를 식히려고 헐벗은 채로 물을 맞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두루미 주변을 빙글빙글. 애인은 그걸 보고 저렇게 놀 수 있음에 질려했고 난 약간 어색하게나마 끼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격의 없이 저렇게 놀 수 있는 것이 이 페스티벌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원에 1시 전에는 도착해야 했으므로 조금 일찍 나섰다. 문경 지날 즈음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산에 온통 안개가 껴서 풍경이 아주 예뻤다. 한편으로는 내리는 비가 철원에까지 닿아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다소 걱정도 되었다. 여행에 휴게소 음식이 빠질 수 없으므로 지칠 때쯤 한 번 내려가서 핫바도 하나 사 먹었다. 철원에 다 도착하니 신호등이 빼곡한 길이 우릴 맞이했다. 계속 신호에 걸리다보니 늦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마는 네비게이션 도착 시간이란 것은 대개 그러한 요소도 고려하여 설정되는 것이라 도착예정시간과 동일한 시각에 주차를 했다. 입장시간보다 늦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일찍 오진 못했으므로 고석정 옆의 주차자리는 가지 못하고, 바로 옆 꽃축제장 주차장을 이용했다. 우린 돗자리와 짐들을 챙기고 차를 떠났다. 비 예보가 있었으므로 더위를 대비해 차 창문을 살짝 열어두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꽃 축제장에 차 대고 걸어오니 10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걸렸다. 티켓은 매진이 안 됐는지 현장에서 판매하는 수량도 조금 있었고, 티켓 수령줄 즈음부터 깃발 든 사람이 보여 페스티벌 느낌이 났다. 그리고 (라인업이 아주 좋은) 펜타포트만큼은 아니겠지만 그거 온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더웠다...
티켓 받고 고석정 들어가니 임꺽정 동상이 매우 힙한 복장을 하고 서 있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명종대의 그냥 도적이지만 미디어의 윤색으로 나름의 하입이 생긴 인물로 그 자리에 있는 동상은 간지났다. 매우. 바로 앞에 굿즈샵 있었는데 라인업 티셔츠는 다 나가고 없었고 다음날에도 구할 수 없었다.
분수대 왼쪽에 나무가 많은 쪽에, 두시께 아직 해가 들던 개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면 곧 그늘이 생길 자리라고 위로하면서. 커스텀멜로우 부스에서 하는 행사를 했다. 부저를 15초에 맞춰 누르는 이벤트였는데, 난이도가 있었다. 0.04초 차이로 실패했나? 조금 아쉬웠다. 15초를 맞췄던 사람이 있을까? 커스텀멜로우에서 선착 2500명 안으로 리유저블컵과 스트링 가방을 줬다. 옆의 올딧세에서 커피를 사서 이 컵에 받았다. 그걸 들고 뒤쪽에서 단편선 무대를 봤다. 맥주도 한 잔 사서. 무대 앞은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위치여서 그런지 풀이 없는 맨땅이라 그런지 제법 더웠다. 기억에 남는 멘트 : "음악만세를 오프닝으로 여는 무대는 평생 못하지 않을까?" 인디 20년차에 첫 순서를 받는 게 아쉬움이 남다가도 이런 생각이 드셨다고 했다. 계속 듣던, 계속 듣는 곡 : 연애, 오늘보다 기쁜날은 남은 생에 많지 않을 것이다,음악만세-을 현장에서 모두 들어 뿌듯했고 볕 때문에 뜨거웠지만 김진숙 투쟁가의 outro가 투쟁가로 울려퍼질 때 마음이 그보다 더 뜨거웠다.
(지나치게 더워서인지 애인은 여기 왜 왔지 바이브였던 것 같다 이 무대 할 때. 아마 오늘보다 기쁜날- 다 들었을 때는 다 들었으니까 돗자리에 가고 싶어했을듯...)
끝날 때 티셔츠를 사주지 않으면 우리는 망한다 라고 하시길래 가서 음악만세 티셔츠, 키홀더 등을 구매했다. 라인업 티는 없었는데, 다음날에는 엄청나게 빨리 나가버려 구할 수 없었다... 한 10명쯤에 소진 떴던가?
초불소 타임에 띿놀이하는 사람들을 제쳐두고 우리는 뱃놄이를 했다. 좀 더웠기 때문에 이런 액티비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얼음물을 사서 선풍기 앞을 배회했다. 대충 여섯 차례, 이십분 정도? 기다리고서 배를 탈 수 있었다. 상류쪽으로는 래프팅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임꺽정이 숨어지냈다고 하는 엄청 커다란 바위를 지나 하류께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모래톱 있는 계곡 쪽으로 사람들이 물에 몸을 담그고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반지를 반대쪽 손으로 끼고 모터보트의 속력을 즐기기 위해 왼손을 기울여 물에 집어넣었다. 개활지에서 흘린 땀이 좀 식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배를 타고 다시 아파트 10층 길이쯤 되는 계단을 타고 올라 공연장으로 돌아갔다. 분비자를 좀 구경할까 잠깐 갔다가 옆에 있는 철원 관광센터에 가서 좀 쉬었다. 디엠지 관광객들을 위해 대공연장을 열어두셨는데 널브러져 있기에 아주 좋아 사람들이 틈틈이 떨어져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디엠지 측에서 요청한 것인지 아님 철원군에서 제공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더위쉼터의 기능이 무척 좋았다. 러쉬와 협업해서 (여자)화장실이 많고, 쾌적하고, 땀내 암내 없도록 계속 칙-칙- 해주고 밝게 응대해주는 사람들이 가득했던 것 역시 이 페스티벌의 장점이었다. 기본적으로 펜타 따위보다 사람 수가 1/3~1/5 수준인 것도 크고... 커피를 좀 더 수혈해야겠다 해서 입구 앞에 있던 카페에 와서 한 잔 받았다. 아까 받은 리유저블 컵에 달라 했던 컵을 버려달라고 하신 줄 알아서... 다시 받았다. 뒤에 있던 분들이 히엑 하면서 놀랐다 ㅋㅋ. 기독교 계열의 좀 구리고 웃긴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특히 저 책은 매우 매우 웃겼다. 이름과 서명이 있으니 더 과격한 표현은 못하겠다만은. 가는 길에 수민 님 노래를 들었는데 가창력으로 무대를 다 뿌숴버리고 계셨다. 초강력 보컬...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무대가 이전이었는데 오며가며 멀리서 들었던 것 같다. 망한 나라에서 산다아아를 듣지는 못했던 것 같음.
올딧세에서 와플 비슷한 것을 사서 저녁을 때웠다. 김치전을 이틀 연속 먹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때쯤. 김현철님 공연하는데 노래 하나도 몰라서 당황했다. 나는 김수철님이 나오는 걸로 잘못 알고 있었어서 치키치키차카초코초코초 언제 하지… 저 분이 그 보컬이 맞나…하며 의아해했다. 중간쯤에 아니란 걸 알았지만. BABO(이찬혁)라는 팀이 공연을 했는데 멀리 앉아있었음에도 뭔가 하고 있는건가? 하는 느낌이 들어 의아했었다. 예습을 안 하고 갔었기 때문에 더욱 아리송... 대충 기대서 눈 어우 뻐큰해 하면서 마지막 김민규 님 무대 기다렸다. 델리스파이스 이후로 곡들이 많이 쌓이셨는데, 앞에 부른 그 노래들은 하나도 모르고(...) 델리스파이스의 히트곡들을 부를 때 호응을 많이 했다. 제 새로운 노래들이 좋으세요, 옛날 곡들이 좋으세요? 아저씨가 물으셨는데 사람들이 전부 옛날 노래! 해서 좀 서글프다 생각했다. 그러나 가장 호응 좋은 것이 챠우챠우, 고백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그가 선택할 수 없음. 사람들이 고백에 슬램도 했다더라. 그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차놀이도 하고 슬램도 하고 같이 하고 싶다고 계속 했지만 애인은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to be 컨티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