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여수 기행

by 버들핑

주말 여행은 이 함지산 산불 때문에 못 가는가 싶었다. 불이 저렇게 났는데 비상근무가 내려갈까 의문스러웠다. 다행히 산불 경계 경보가 관심 단계로 떨어지면서 비상근무는 다 해제됐고, 우리는 놀러갈 수 있었다. 비 소식도 심상치 않고 어제도 제법 많은 비가 내리던데, 2025년은 한국의 자연재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소소비섬

주 사이에 신장 개업한 카페에 갔다. 피자가 맛있다고 하는데 점심 먹고 찾아간 거라 맛을 알아볼 기회는 없었다. 애인 운전 연습이나 하자고 하여 갔던 것인데 그가 산 차의 배터리가 여러 차례 보험사 불러 충전했음에도 방전되는 바람에 내가 운전해서 다녀왔다. 그곳에서 직장동료가 나와 애인을 봤다고, 그분이 예쁘더라고 그제 말해주었다. 난 못 봤는데... 카페가 엄청 넓었는데 빵을 구워서 팔고 있었고, 사람이 아주 많았다. 뒤뜰 언덕에 야외자리가 있었는데 완공이 된 상태는 아니어서 올라가볼 순 없었다. 4차선 도로가 나 있는 길이라 경치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카페 뒤편으로는 소백산이 보였다.

호명에서 순천까지 카맵 상으로는 세시간 반이어서 멀지 않다고 설득했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긴 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도로에 사고가 나서 거기에서 30분 쭉 서 있고, 정체 구간도 있었다. 돌아갈 때에도 대구/부산 갈림길에 차가 엄청.


점심은 순천 소코아에서 먹었다. 호수공원 쪽 도로는 차들로 꽉 차 있어서 건너편 법원 앞에 갔더니 주차 공간이 아주 널찍했다. 애인은 밥뚜껑 안에 카레를 담는 특이한 형태의 소코아 카레를, 나는 마제우동을 먹었는데, 첫 맛은 좋았는데 먹다보니 금방 물렸다. 아보카도 연어 덮밥을 애인이 먹고 싶어했는데, 그걸 시킬 걸 그랬다며 약간 후회했다. 점심을 먹고 약간 산책 하고, 올리브영 한 번 갔다가, 아이라이너 안 가져왔네? 또 한 번 갔다가 순천만으로 갔다. 순천만 들어가는 길에서도 또 한 30분 버렸던 것 같다. 대구, 안동, 대전 등지를 다니면서는 이만한 교통정체는 겪어 본 적이 없었는데 어린이날 낀 주말의 위력이란 참 대단했다.

국가정원 앞 도로가 싹 막혀 있어서 한 바퀴 유턴한 다음에야 동편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약간 불쾌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정원은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호수가 있고 둘레길이 쳐진 야트막한 봉분이 그 안에 있었다. 경주에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그 돌이길을 뱅글뱅글 돌았다. 왼편에 호수가 있었으면 오른편, 가는 길은 꽃들로 가득했는데 중년은 아니라서 그 식물들 이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틈을 타서 꽃 앞에서 사진을 계속 찍었다. 만나는 내내 불편사항이지만 fix되지 않는 나의 요소-사진을 잘 못 찍는다-에 또 핀잔을 듣고 실력이 보다 나은 그의 동생과 함께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날 커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서편 가기 전에 프랑스 정원 카페라는 곳을 들러 커피를 샀다. 처음에 아이스크림 줄에 잘못 섰다가 깨닫고 커피 줄에 섰는데, 우리 앞에서 아이스커피가 똑 떨어져서 마지막 아이스커피를 타 마실 수 있었다. 커피는 연해서 좀 불만이었지만 어쨌든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건 좋았다. 정원카페가 아름다운 것에 반해 카맵 별점이 좀 낮았는데, 바글대는 사람들, 지친 직원들, 실패한 주문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편 가는 길은 스페이스브릿지라고 해서 아이들 좋아할 만한 반짝이와, 다들 좋아할 만한 강변, 폭포, 그리고 몇 가지 벽면전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는 길에 천장유리에 대고 사진 찍는 커플들이 있어 그걸 따라했다. 서편에 도착하니 정원을 도는 트램이 보였는데, 당일 매진이어서 우리는 조금 아쉬워했다. 그리고 다음날의 케이블카를 제대로 예매해뒀는지 걱정하기 시작했고, 안 했다는 것을 확인하여 예매했다. 이날 날씨는 너무 좋았기 때문에 철새도래지로 조성해놓은 WWT(Wildful & Wetland Trust) 습지에 햇빛이 엄청 예쁘게 들었다. 꽃으로 둘러싸인 일자형 소로를 걷다가 새들이 쉬어가는 습지 앞 나무벤치에 앉아 사진을 조금 찍고 쉬었다. 그때 만보 이하였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였는지, 아침부터 차에만 있어서였는지 조금 빨리 힘이 들기 시작했던 듯싶다.

동편 넘어와서 튤립과 식물원을 보기로 하고 네덜란드 정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 다리에는 진짜 이상한 할머니 목 조각이 있었다. 저기에 머리가 있고, 반대편에는 쭉 뻗은 다리가 있는. 서편 갈 때는 보지 못한 저 나무도 굉장히 특이하게 누워 자라 있길래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

동편 돌아와서 정원 돌아다니니 튤립은 지난주에 마감이 났는지 볼 수가 없었다. 전전주쯤인가? 튤립 한 송이 사갔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주에는 백두대간수목원 튤립도 끝물이었기 때문에 가지 않고... 만개한 튤립은 여기서도 저기서도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이 다음 주간이 장미 주간이어서 또 아쉬웠다. 하지만 꽃은 매해 돌아오니 언젠가는 볼 수 있으리라. 튀르키예 정원 뒤편에 푸드트럭이 있었는데, 이 귀여운 칠게빵을 팔고 있어서 먹을 것 한 봉 하고 가져다드릴 것 두 봉 하여 구매했다. 칠게라는 작은 게가 함유되어 있다고 했다. (나중에 칠게는 왜 칠게지? 궁금증 들어 찾아보니- 나무위키는 칠월제철이라 칠게임 서술되어 있었지만 [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도요새가 1만2000㎞ 날아와 찾는 칠게 < 문화 < 기사본문 - 월간중앙 (m-joongang.com) - 차고 넘친다는 의미로 칠게...라고 하더라.) 정원은 각 국가별 명소의 레플리카였다. 이탈리아는 메디치 가문의 것이었던 게 기억난다.

수목원은 정말 굉장했다. 층수는 3층이고 전고는 5~6층 넘어 보이는 높이에, 관람시간은 길면 30분까지도 될 수 있을 듯한 빼곡함과 별 식생이 다 있는... 풀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봤으면 얼마나 다채로웠을까? 아쉬움이 든다. 최근 본 정원들이 명주정원의 단층 온실, 백두대간 수목원의 보존온실 세 동 정도였는데, 보다 본격적인 수목원을 보니 즐거웠다. 이보다 더 큰 곳도 있겠지? 그거 하나만 보고 언젠가 여행을 가도 좋을성 싶다. 더 공부를 하고 가면 또 더 좋겠지만 그럴 여유가 있을지는.

숙소에 와서 씻고 책이나 좀 읽고 잠들었다. 채널을 돌리다보니 태조왕건이 나오길래 그 시절 화면비가 웃기다고 깔깔거렸다. 카맵 리뷰가 800건 넘는(네이버리뷰처럼 서비스도 안 주는데 하는 리뷰) 청정게장촌에서 게장을 저녁으로 먹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점심 때 이미 다 나가버렸다나... 주변에 주차할 곳도 없고 좁아터진 골목에서 차 마주치면 후진하고 몸 비틀어가며 겨우 차에서 내렸더니 그런 소식. 선어회를 10만원치 시켜먹었다. 저녁에 다 못 먹고, 아침에 남은거 조금 먹다가 실패해서 아쉽지만 버리고 나왔다. 연어와 식감이 비슷한데 더 두터웠고 덜 비렸다.

여수의 예쁜 밤바다를 관측하는 것은 너무 피곤해서 포기해야만 했다. 피로로 인해 머리가 아팠다. 돌산대교, 거북선대교는 밤에 네온이 붙어 있어 엄청 화려했는데 둘 다 미처 찍을 생각을 하지 못해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내년에 처제 데리고 한 번쯤 더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될 수 있으면 평일에... 선소의 바닷가도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있었지만 돌산대교 아래 화려한 밤바다를 보지 못한 건 좀 아쉽다.


다음날에는 케이블카를 탔다. 모바일로 예매를 해 두고 간 것이었지만 탑승 대기는 꽤 길었다. 하지만 전날 저녁에는 이 언덕 올라가는 입구부터 차가 쭉 늘어서 있었으니 그게 훨씬 사정 나은 판이었으리라. 빗방울도 약간씩 떨어졌고, 흐렸고. 밤바다를 무사히 주차하고 무사히 탑승해서 보려 하면은 역시 평일 저녁을 노리는 것이 가장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붐비는 시간대에 잘들 다니는 것일까? 여행 하는 내내 그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대기중 뜬 시간에 그 건물에 있는 여러 매장을 다니면서 허기 달랠 것들을 챙겼다. 거북이빵은 어제의 칠게빵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맛도 좋았다. 쌀빵이었고, 칠게빵처럼 칠게를 갈아넣은 것은 아니니까... 귀엽기도 귀여웠고. 문경의 어느 산중 케이블카를 타 봤다던 애인은 타기 전엔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타는 내내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녹슨 쇠골조가 드러난 배를 진수하던 때에 쓰던 철골 구조물이 보였는데, 가져왔던 여수의 사랑에 이에 관한 문장이 있었던 게 기억났다. 다음에 여수에 가면.. 가기 전에? 마저 읽어야지. 아래에는 하멜 등대인지 하는 것이 있었다. 표류한 화란 사람이 여기에 떨어졌던 걸까? 하멜씨는 제주도로 표류해 조선에 도착했었고, 좌수영에 머문 적이 있는데 여수시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한다. 케이블카 내려오니 여수 소노캄 있어서 원래 저기에 묵으려 했었는데 카며 아쉬워했다. 돌아오는 길에 탔던 케이블카에 밈언어*부정언어 화답 여아가 있어 내려가서 뒷담을 조금 했다. 케이블카를 흔들려고도 해서 좀 덜더러덜덜 했음...

점심식사는 역시 청정게장촌에 가려고 했지만 케이블카 대기도 30분 이상이라 전날 네이버 예약은 취소해야 했고, 케이블카 타고 난 뒤 가니 한 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하기에 다른 곳으로 갔다. 애인이 캐치테이블로 자리를 잡았는데, 돌산대교 내려가는 길 쪽이 막히고 길을 한 번 잘못 타서 늦어질 뻔했다. 캐치테이블에 지금 들어오세요 뜨길래 허걱하면서 전화해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 했더만 갔더니 어차피 늦을 테니 조금 일찍 눌러둔거라고 하셨다 ㅋㅋ 게딱지 하나에 3만 얼마인가? 좀 비싼 감은 있었지만 돌게 게장으로 리필도 하나 있고, 정말 먹고 싶었던 음식이어서 별 불만 없이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역시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는 전남 지역 젊은이들(로 추정되는)이 앉아 있었는데 렌트카 사고 난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애인에게 게장 살을 발라주면서 의식적으로 그쪽 쳐다보진 않았는데, 나중에 듣기를 여자분이 좀 부러운 눈치로 살 발라주는 걸 쳐다보고 있었다 하더라. 그분 앞에 앉았던 젊은 청년에게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중 한 분이 대화하면서 "엄니"라고 했는데 그게 여행중 들었던 유일한 전남방언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온통 관광객뿐이라 전라도에 와 놓고서 전라방언은 한 번 겨우 들은.

식사 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선물 가져갈 것들을 샀다. 귀여운 냥치케와 왜 명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통이라고 하는 딸기모찌. 냥치케는 얼가 먹으니 더 맛있었다.

여수 스벅에만 있는 자몽피지오도 구매했다. 맛도 좋았고 엄청 예뻤어서 입안에 녹아 사라지는게 아쉬웠다.

1. 카페 가는길에 본 수상쩍은 스티커

2. 카페<여수에서>에 매달려 있던 조개 장식

카페를 한 군데 꼭 들러야 한다고 하여 <여수에서>에 다섯시께쯤 갔다. 우리가 갔을 때 딱 한 테이블 자리가 있어서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코코아 들어간 에스프레소, 애인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굽시니스트 동아사 19권을 다 읽었다. 조명이 약간 어두운데 가장 밝은 것이 바다여서 낭만적인 장소였다. 여기서 여수의 사랑을 다 읽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안녕~

휴게소에서 음식 먹고, 다음날은 그냥 푹 쉬었다. 던전밥 보드게임 한 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