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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Aug 31. 2021

온라인 수업은 쉬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래서 아빠가 살이 찐다(?)

  보통 하루를 새벽 5시 정도에 시작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저만의 리츄얼도 있고, 낮에는 하기 쉽지 않은 바깥일(?)을 집중해서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제 못다 한 살림의 퍼즐 조각을 살짝 건드려 놓은(?) 후,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으면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애들을 깨우고 준비시켜 등원 등교시키는 타이밍을 놓친다는 점입니다. 깨워도 잘 안 일어나기도 하지만, 실컷 놀다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느리적거리는 달콤함(?)을 이미 맛본 아이들은 쉽사리 바뀌지를 않네요.


  저는 아메리칸 스타일(?)이어서 '네가 잘못하면 네가 알아서 책임져라. 너의 인생과 결정을 존중한다.'는 주의로 키우고 있기는 한 편입니다. 그래서 아침을 먹기 싫다고 하면 안 먹일 때도 있는데, 큰아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니 신경이 쓰여서 요새는 애들 입에 유산균을 들이붓고(?) 밥도 가끔(?) 억지로라도 먹입니다.


  일단 새벽 6시에 일어나 일하는 저를 찾아와 한참을 안겨있다가 다시 잠든 둘째(6세)를 달래서 깨웁니다. 등원 준비 5분, 아침 식사 5분. 프로 육아빠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간에 엄마랑 걸어오는 동네 친구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뛰어! 저기 붙어! 혼자 갈 수 있지?"하고 미련 없이 뒤 돌아와 주는 센스를 발휘합니다. 아이의 옷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은 모기 패치가 아빠의 솜씨를 자랑합니다. 오늘은 유치원 체력 단련의 날이거든요.


  사실 오늘 몰골이 너무 추레해서 유치원 선생님을 다시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정신 차려 보니 어제 아침에 입었던 주황색 티셔츠와 노란색 반바지 그대로더라고요. 이상하다. 어제 분명 샤워도 하고 식당도 가고 마트도 가고 땀 흘리면서 일도 했고 잠도 잤는데 왜 내 옷이 그대로지?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도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속설을 증명하기 위해 제 딸은 수업 10분 전에 기상하여 눈곱만 떼고 상의만 갈아 입고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집에 오니 큰딸(초3)의 첫째 수업 시간이 마침 끝났습니다. 쉬는 시간은 4분. 엥? 4분? 4분에 해결할 수 있는 레시피를 번개처럼 떠올립니다. '밥-김-오징어채-메추리알 장조림'입니다.

<쉬는 시간이 10분이면 닭알후라이가 추가된다>

  딸의 입에 즉석 꼬마김밥을 욱여넣고 있는데 선생님이 자리에 와서 앉으라십니다.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던 딸이 냅다 도망갑니다. 이따 어제 사온 문제집으로 딸과 즐거운 선행학습 놀이를 한 후(?) 점심은 제대로 먹여야겠습니다. 딸과 평일 점심에 파스타 먹으러 갈 수 있는 아빠. 나름 괜찮은 육아빠의 코로나 일상입니다. 오늘은 새로 생긴 뷰 맛집이라는 10층에 인도 카레집을 가볼까... 퍽. 그만 좀 먹어.


  아아. 온라인 수업은 쉬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아까 둘째가 남긴 밥도 먹었는데 첫째가 남긴 밥도 먹습니다. 꾸역꾸역. 이 아니고 사실은 맛있어서. 호호. 초파리와의 전쟁이 거의 끝나가긴 하지만, 음쓰가 생기는 건 사양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배에다가 버립니다. 호호. (응??)


  그렇지만 제가 살찌는 건 온라인 수업의 쉬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그래서일 겝니다. 브런치 북 대상 작가님들은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는데 오늘 저는 그냥 저슷뜨 일기입니다. (뭐지 나 왜 반항하지. 사춘기도 아니고ㅋㅋ) 혹시 읽어주신 브친님들께는 무한 감자합니다.


  P.S. 맞춤법 검사님이 아재 개그를 이해를 못하셔서 '감자합니다'를 '감자 합니다'로 고치라네요 이런. 검사님 센스 없는 것 보소. 그냥 점심에는 감자조림이나 먹어야겠습니다. 왜 글이 자꾸 길을 잃고 비뚤어지지. 이건 뭐 공모전 결과 발표 영향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암요.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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